민주당, 오바마에 반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취임 일주일을 남겨놓고 미 의회와 힘 겨루기에 들어갔습니다.특히 초대형 경기부양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친정인 민주당과 신경전을 벌이는 양상인데요.백악관 권력과 의회 권력은 분명 다르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오바마 당선인은 자신이 추진하고 있는 최소 7750억달러의 경기부양 법안을 취임일인 20일 서명해 발표할 수 있도록 민주당이 노력해 달라고 요청했습니다.자신을 배출한 민주당은 상원과 하원의 다수당인 만큼 당연히 그렇게 해줄 것이라고 기대했습니다.한데 민주당이 틀어졌습니다.취임일까지 의회에서 경기부양 법안을 처리해줄듯 했던 민주당이 다음달 13일로 처리 시한을 늦춰버린 것입니다.

당선인 측이 7750억달러의 40%인 3100억달러를 개인과 기업들에 세금감면 혜택을 주는 것으로 돌리겠다고 언급한 게 단초였습니다.감세안은 대규모 경기부양책을 마뜩치 않아하던 공화당을 설득하기 위한 감미료였는데 우군인 민주당이 시비를 걸고 나선 것입니다.민주당은 공화당의 대표 브랜드인 감세안이,무엇보다 기업을 위한 감세안이 일자리 만들기에 별 효과가 없을 것이라고 주장합니다.

민주당 지도부 일각에서는 당선인 측의 안에 드러내놓고 반발을 하고 있는데요.당선인이 원하는 경기부양안 내용이 의회 승인과정을 거치면서 적지 않게 수정돼 당선인에게 이송될 것이라고 으름장을 놓는 목소리마저 있습니다.

인사내용도 불만

민주당이 당선인 측에게 불만을 터트린 대목은 또 있습니다.당선인이 중앙정보국(CIA) 국장에 리언 파네타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의 비서실장을 내정하자,상원 정보위원회와 상의도 없이 정보분야의 무경험자를 앉히려 하느냐고 반발했습니다.

정작 당선인 측과 첨예한 갈등이 예상되던 공화당은 사이드라인에서 당선인 측과 민주당의 내홍 조짐을 은근히 즐기고 있습니다.당선인과 민주당이 대선 승리 이후 뭐든지 다 할 수 있을 것처럼 국민들의 기대감을 풍선처럼 부풀려 놨으니 슬슬 실수해 가면서 바람을 빼야 할 때라고 충고하는 모양새입니다.공화당은 경기부양책 내용 뿐만이 아니라며 민주당과 당선인의 갈등을 부추기고 있습니다.

당선인의 일리노이주 상원의원직 후임자로 롤랜드 버리스 전 일리노이주 법무장관이 지명됐는데 그를 후임자로 인정할지 여부를 놓고 당선인과 민주당이 보여준 혼선을 지적한 것인데요.양측은 처음에 그를 후임자로 의회에 수용하지 않겠다고 했으나 다시 인정하는 분위기로 돌아서고 있다고 공화당은 비꼬았습니다.당선인이 상무장관으로 내정한 빌 리처드슨 뉴멕시코 주지사가 기업과의 유착 의혹에 청문회를 앞두고 자진사퇴한 일을 두고도 공화당은 ‘그것보라’는 식으로 비아냥댔습니다.

우직, 현명한 오바마

이런 가운데에서도 오바마 당선인의 우직하지만 지혜로운 행보가 사뭇 눈길을 끌고 있는데요.그는 미 의회는 물론 미국민들과 인내심 있게 소통하면서 설득전을 벌이고 있습니다.시카고에서 워싱턴으로 입성한 첫날인 지난 5일 바로 의회를 찾아 하루종일 민주당과 공화당 지도부에 경기부양책을 세일즈하는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지난 10일에는 주례 라디오 연설을 통해 경기부양책으로 향후 2년 간 400만개의 일자리를 만들어내겠다고 밝혔습니다.일주일 전의 연설내용과 달리 건설부문에서 68만명 창출 등 각 부문별로 구체적인 일자리 만들기 목표치를 제시했습니다.실업률이 지난 12월 7.2%로 높아지는 등 경기가 계속 악화되고 있으니 대대적인 경기부양책을 의회가 조속히 처리하도록 국민들이 압력을 넣어달라는 호소와 다름없었지요.

워싱턴=김홍열 특파원 com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