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기ㆍ가자 전쟁 등 겪으며
국제적 거물이 강력한 리더십 발휘해야 한다는 여론 확산"

2007년 6월 영국 총리에서 물러났던 토니 블레어 전 총리가 유럽연합(EU)의 초대 대통령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12일 EU가 기존 순회의장 대신 상근 대통령을 뽑을 경우 블레어 전 영국 총리가 가장 유력하다고 12일 보도했다. 그동안 블레어는 EU의 초대 외무장관으로 거론돼 왔으나 최근 러시아-그루지야 전쟁과 세계 금융위기,가자 전쟁 등을 겪으면서 국제적 거물이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는 여론이 회원국 사이에 확산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EU 상근 대통령직 신설에 대해 시기상조론이 제기되고 있으나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이 지난해 6개월 동안 순회의장을 맡으면서 뛰어난 지도력을 보여 상근 대통령직 신설 여론이 힘을 얻고 있다는 게 FT의 분석이다.

이에 대해 블레어 측은 EU 대통령직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질문에 응할 수 없다며 중동특사 역할에 전념할 따름이라고 밝혔다. 현재 사르코지 대통령은 블레어 전 총리를 초대 대통령으로 밀고 있는 반면 또 다른 강대국인 독일의 앙겔라 메르켈 총리는 비판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블레어 전 총리가 이라크 전쟁을 감행한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과 친밀하고,유럽 단일통화인 유료화 채택 과정에서 적극적이지 않았다는 점이 걸림돌이 될 전망이다.

EU 대통령직은 유럽 내 '미니 헌법' 격인 리스본조약(EU 개정조약)에 근거를 두고 있으며,임기 2년6개월에 한 차례 연임이 가능하다. 2007년 회원국 간 합의로 마련된 리스본조약은 1월 현재 아일랜드와 체코 폴란드 등 3개 회원국의 비준을 남겨둔 상태로 연내 비준이 마무리되면 내년 초 조약 발효와 함께 초대 대통령을 선출하게 된다.

1953년생인 블레어는 1994년 최연소 노동당 당수 자리에 오르며 정가에 데뷔했다. 1997년 총선에 승리해 20세기 최연소 영국 총리에 올랐으며,10년간 재임하면서 국제무대에서 영국의 정치 · 경제적 위상을 크게 높였다.

최인한 기자 janu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