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실 확대·신뢰 추락에 핵심자산 매각으로 선회
막바지 협상중…모건, 합병땐 세계최대 증권사로



백화점식 종합금융업을 지향해온 미국 씨티그룹이 자산운용 그룹 내 주식영업 부문인 스미스바니를 모건스탠리에 판다. 금융위기에 따른 부실채권 증가로 정부로부터 450억달러의 구제금융을 지원받은 씨티그룹이 본격적인 구조조정을 추진하고 나선 것이다. 10일 월스트리트저널 CNBC 등에 따르면 씨티는 부실 증가에 따른 손실을 보전하기 위해 수익성이 높은 브로커리지 사업을 모건스탠리에 매각키로 하고 마지막 협상을 벌이고 있다. 매각 대금은 20억~30억달러가량이며 협상 결과는 조만간 발표될 예정이다. 지난해 11월 말 현재 8400명의 주식영업 인력을 가진 모건스탠리가 스미스바니의 인력(1만4000명)을 흡수하면 메릴린치를 합병한 BOA(뱅크오브아메리카)를 제치고 세계 최대 증권사로 부상하게 된다.

반면 씨티는 지난해 9월까지 79억달러의 매출(전체의 16.3%)을 올린 스미스바니의 매각으로 사실상 주식영업을 포기하게 되며,전체 직원도 35만명에서 33만6000여명으로 줄어든다.

씨티가 900만명의 고객을 갖고 있는 알짜배기 사업을 매각키로 한 것은 부실자산 상각에 따른 손실을 보전함으로써 투자자들의 신뢰를 되찾으려는 것이다. 씨티는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사태에 따른 자산 부실로 작년 3분기까지 1년 동안 200억달러 이상의 손실을 냈다. 작년 4분기 손실도 41억달러에 이른 것으로 월가는 추정하고 있다. 특단의 대책을 마련하지 않고선 적자 행진을 멈출 방법이 없는 상황이다. 씨티는 오는 22일 4분기 실적을 발표할 예정이다.

씨티가 핵심자산 매각쪽으로 선회한 것은 올 1분기에는 손실을 내지 않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판단된다. 금융위기 여파로 정상적인 영업을 통해 이익을 내기 어렵게 되자 값이 나가는 자산을 처분키로 한 셈이다. 씨티에 총 450억달러의 공적자금을 투입한 미 재무부도 적극적으로 사업구조를 정리할 것을 요구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미 정부는 작년 11월 공적자금 투입과 별도로 위기에 빠진 씨티를 구하기 위해 3060억달러에 달하는 부실자산에 대해 보증도 제공했다.

이 밖에 종합금융업에 따른 시너지 효과가 당초 예상만큼 크지 않다는 내부 분석도 자산 매각쪽으로 구조조정 방향을 선회한 배경으로 작용했다. 때문에 씨티의 가지치기 작업은 한동안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 월가에서는 씨티가 멕시코 금융사업 등을 추가로 팔 것으로 보고 있다. 월가에서는 멕시코 금융사업도 소매 금융을 강화해야 하는 모건스탠리가 인수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게리 크리텐던 씨티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지난 1년 동안 크고 작은 사업부 21개를 매각했다"며 "금년에도 핵심 자산 외에는 분할 매각을 적극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한국씨티은행은 매각하지 않을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모건스탠리는 합작회사를 만들어 지분 51%를 확보하는 방식으로 씨티의 주식영업 부문을 인수하되 3~5년에 걸쳐 나머지 지분도 인수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합작형태로 신설되는 회사명은 일단 '모건스탠리 스미스바니'로 정했으며 경영은 모건스탠리 공동 사장인 제임스 고먼이 맡을 예정이다.

투자은행에서 은행지주사로 전환한 모건스탠리는 이번 인수를 통해 개인 주식투자자들의 예금을 유치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모건은 은행지주사로 전환한 이후 소매 영업 부문을 강화하기 위한 다양한 방안을 강구해왔다.

월가에서는 이번 거래를 계기로 1930년대 이후 최악의 금융위기로 곤경에 처한 월가 금융사들 간 사업 부문 거래가 활발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백화점식 종합금융사를 지향해 온 월가 금융사들이 핵심 사업부문의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비핵심 사업 매각을 추진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뉴욕=이익원 특파원 i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