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모의 네트워크' 출간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 일어날 때, 뭔가 미심쩍은 일이 일어나면 어김없이 음모론이 회자되곤 한다.

언뜻 보면 허무맹랑하고 황당무계해 보이는 음모론에 사람들이 빠져드는 이유는 무엇일까.

일본의 평론가이자 문화사가인 운노 히로시가 쓴 '음모의 네트워크'(해나무 펴냄)는 '음모란 무엇인가'부터 시작해 전 세계에 떠도는 음모이론 30가지를 소개하는 일종의 '음모론 백과사전'이다.

저자에 따르면 음모 이론은 두 가지 원칙에 따라 이뤄진다.

첫째 원칙은 이 세계의 모든 것이 연관돼 있다는 것이다.

세상의 모든 것은 그물을 이루고 있으며 연관이 없어 보이는 것에도 사실은 의미가 있다는 것이다.

두 번째 원칙은 모든 것은 '오늘'이라는 시간에 귀착된다는 것. 고대 이집트의 음모부터 모든 음모는 '오늘'을 설명하려는 것이다.

사람들은 왜 음모이론에 빠져드는 것일까.

저자는 '에이전시 패닉'이란 개념으로 이를 설명한다.

거대화되고 복잡화되어 개인의 의지로 직접 무엇을 하는 것이 어려워진 현대 사회에서는 많은 것을 에이전시(대리자)에게 맡겨야 한다.

이때 자신이 맡긴 일이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그 과정은 직접 볼 수 없는 사람들은 보이지 않는 조직에 의해 조종당하는 듯한 불안과 공포에 휩싸이게 된다는 것이 에이전시 패닉이다.

사람들은 바로 이 패닉을 극복하기 위해 음모이론에 기댄다는 것이 저자의 설명이다.

에이전시 패닉은 '자기'라는 분명한 자신, 자유의지로 행동하는 '나'가 흔들릴 때 일어난다고 말한다.

2차 대전 이후 사람들에게 그러한 '자기'가 확실하지 않게 되었고 사람들은 자신의 의지로 움직이고 있는지 아니면 무언가 보이지 않는 힘에 움직이고 있는가를 생각하게 됐다는 것이다.

음모이론에 대한 개괄적인 설명 이후 본격적으로 개별적인 음모이론에 대한 설명이 이어진다.

비밀결사의 대명사로 불리는 프리메이슨부터 로스 차일드 가문, CIA(미국 중앙정보국), FBI(미 연방수사국), 이스라엘 첩보기관인 모사드, 마피아, 외계인과 UFO(미확인비행물체)에 이르기까지 전 세계를 떠도는 다양한 음모론의 내용과 해당 음모론이 생겨나게 된 배경 등을 자세히 다룬다.

'말도 안 되는 것 같은' 음모론에 저자가 관심을 기울인 이유는 뭘까.

저자는 이에 대해 "음모이론을 정치나 사상으로 받아들여 찬성이나 반대를 표명하느냐, 아니면 문화로서, 예컨대 SF를 읽듯이 재미나게 즐기느냐 하는 양극이 있다"면서 "음모론이 설사 난센스일지라도 그것을 믿고 그것에 사로잡히는 사람이 있다면 의미를 지닐 수 있다"고 말했다.

이동철 옮김. 648쪽. 2만원.


(서울연합뉴스) 황희경 기자 zitron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