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회예산국, 美 올 성장률 -2.2%…재정적자 1조2천억弗 예상
주요기업 실적악화 경고…경기부양 최대 1조3천억弗로 확대

"경제흐름을 바꾸기에 너무 늦지 않았다. 당장 극적인 조치를 취해야 한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초대형 경기부양 의지는 확고했다. 당선인은 9일 오전(한국시간) 미 조지메이슨대에서 "조만간 의회가 사상 유례없는 경기부양책 법안을 처리해 주지 않으면 경기침체가 수년간 지속될 수 있다"며 의회에 재차 협조를 요청했다. 지난 8일 미국 의회예산국(CBO)이 올 회계연도(2008년 10월1일~2009년 9월30일)에 재정적자 규모가 사상 최대인 총 1조1860억달러로 급증할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았지만 흔들리지 않았다. 이는 지난해 4550억달러의 2.6배에 달하며,미 국내총생산(GDP) 대비 8.3%에 이르는 수준이다. 여기에다 당선인이 추진 중인 7750억달러의 경기부양책과 함께 금융권 구제금융 7000억달러 가운데 남아있는 3500억달러를 사용하고,제너럴모터스(GM)와 크라이슬러 자동차에 대한 구제금융이 자칫 더 늘어나기라도 하면 적자는 천문학적인 규모로 불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의 누적 재정적자는 10조달러에 육박한다.

하지만 당선인은 올해 경제성장률이 -2.2%로 추락하고 실업률은 8.3%로 급등할 것이란 CBO의 암울한 전망을 더 우려했다. -2.2%는 1946년 -11% 이후 가장 나쁜 기록이다. 이날 인력 · 고용정보업체인 ADP도 정부부문을 제외한 미 민간부문 고용이 작년 12월에만 69만3000명 줄어 통계가 작성되기 시작한 2001년 1월 이후 가장 큰 폭의 감소세를 보였다고 밝혔다. ADP의 민간고용이 급감한 점에 비춰볼 때 미 노동부가 9일 발표하는 12월 비농업부문 고용도 크게 악화됐을 것으로 추정된다.

오바마 "침체 막으려면 극약처방 필요"
블룸버그통신은 전문가들의 전망치를 인용,12월 고용이 50만명가량 줄어 지난해 전체적으로 240만명이 일자리를 잃었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보도했다. 지난해 11월 6.7%였던 실업률은 12월에 7%대로 치솟을 가능성이 크다. 작년 12월 기업들이 발표한 감원 규모는 16만6348명으로 전년 동월의 4배에 달했다. 지난해 전체로 기업들이 감원한 인력은 총 122만3993명으로 전년보다 59% 증가했다. 2003년(123만6426명) 이후 해고가 가장 많았다.

4분기 어닝시즌(실적발표 기간) 시작이 내주로 다가온 가운데 주요 기업들의 부진한 실적도 당선인을 우울하게 만들었다. 세계 최대 반도체업체인 인텔은 이날 작년 4분기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3% 줄어든 82억달러에 그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11월 전망치 90억달러보다 크게 부진한 것이다. 뉴욕타임스 블룸버그 등 언론들은 미디어그룹인 타임워너도 아메리칸온라인(AOL) 지분 가치 하락에 따른 250억달러 규모의 자산상각으로 지난해 적자를 냈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JP모건체이스도 분기 적자를 냈을 것으로 추정된다. 앞서 세계 최대 알루미늄업체인 알코아도 실적 악화에 직면,대대적인 구조조정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당선인은 또 조지메이슨대에서 "대대적인 경기부양과 동시에 소비자와 투자자,기업들을 무모한 월가의 탐욕과 모험에서 보호하고,금융위기를 보다 잘 견뎌낼 수 있도록 허약하고 낡은 금융 규제 · 감독시스템을 개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바마 당선인은 이런 상황을 감안,이날 미 CNBC방송에 출연해 현재 추진되고 있는 7750억달러의 경기부양 규모가 더 늘어날 수있다고 밝혔다. "8000억달러에서 1조3000억달러 선을 검토해왔다"는 것이다. CBO는 경기부양책이 본격 시행되면 내년 성장률이 1.5%로 회복되고 재정적자 규모 역시 7030억달러로 감소할 것이라고 당선인에게 힘을 실어줬다. 당선인은 재정지출을 늘리면서 예산을 낭비하지 않기 위해 백악관에 '성과효율감독관(CPO)'이란 자리를 신설하고 낸시 킬퍼를 임명했다. 킬퍼는 맥킨지컨설팅 출신으로 빌 클린턴 행정부에서 재무부 차관보를 지낸 인물이다.

뉴욕=이익원/워싱턴=김홍열 특파원 com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