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국 앵커 교체…포털 '음란사이트' 단속

중국 언론당국이 허가를 받지 않은 내용을 보도했다는 이유로 TV방송국 시사프로그램을 진행하던 유명 앵커를 교체하는가 하면 포털사이트 음란물에 대한 일제단속에 나서는 등 언론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중국 언론 당국이 '언론 길들이기에 나선 것이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 방송국 유명 앵커 교체…프로그램 중단조치도 = 홍콩의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에 따르면 중국 광둥(廣東)성 성도인 광저우(廣州)에 기반을 둔 광저우TV의 뉴스쇼인 '뉴스의 눈'의 편집자이자 앵커인 천양은 지난 주말 광둥성 당국의 지시에 따라 프로그램에서 손을 뗐다.

광저우TV 관계자는 지난 4일 광둥성 당국으로부터 "뉴스 관리를 강화하고 긍정적인 보도를 확대하라'는 지시에 따라 '뉴스의 눈'을 비롯한 몇몇 프로그램의 관계자들을 인사조치했다고 밝혔다.

시사문제에 대한 날카로운 비평으로 인기를 모았던 천양은 지난 3일 뉴스쇼에서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의 중국 개혁개방 30주년 기념사와 관련한 언급을 비판했다는 이유로 교체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함께 홍콩에서 활동하는 '인권과 민주주의 정보센터'에 따르면 산시(山西)성 린펀(臨汾)에 기반을 둔 린펀TV의 한 프로그램도 공장 폐쇄와 노동자들의 항의시위를 보도했다는 이유로 폐지됐다.

◇ 포털사이트 음란물 단속 = 명보(明報)와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에 따르면 국무원 신문판공실과 공안부, 문화부 등 7개 기관은 지난 5일 공동으로 포털사이트 음란물에 대한 일제단속에 나서겠다고 발표했다.

이들 기관은 "저속한 웹사이트들이 공중도덕을 위반하고 청소년의 심신을 해치고 있다"면서 해당 웹사이트의 명단을 발표하고 1개월간 조사와 단속을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중국 정부가 발표한 해당 웹사이트에는 세계 최대의 검색사이트인 구글을 비롯해 중국의 대표적 포털인 바이두(百度), 신냥(新浪), 써우후(搜狐), 텅쉰(騰迅), 왕이(網易) 등 모두 19개에 달한다.

◇ '미디어 길들이기' 비판론도 대두 = 일각에서는 중국 정부의 이 같은 조치에 대해 '미디어 길들이기'가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인권과 민주주의' 관계자는 린펀TV 특정 프로그램 폐지에 대해 "시 정부 당국이 보도내용을 검열한 뒤 프로그램을 폐지하도록 조치했다"고 비판했다.

인터넷 매체를 대상으로 한 음란물 단속에 대해서도 "인터넷 언론을 통제하기 위한 일종의 수단"이라면서 단속의 기준을 명확히 해줄 것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그러나 중국 중앙정부는 "긍정적인 미디어 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것"이라면서 '언론 길들이기' 비판론을 일축하고 있다.

이창춘(李長春) 중국 공산당 정치국 상무위원은 지난 5일 끝난 여론부서 책임자 회의에서 "올해는 여론을 향상시키고 긍정적인 미디어 환경을 조성하는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류윈산(劉雲山) 공산당 중앙선전부장도 중국 공산당이 격주로 발간하는 이론지인 '구시'(求是) 신년호에 기고한 글을 통해 "긍정적인 정치노선은 선전선동 작업의 최우선 과제"라고 말한 바 있다.

(홍콩연합뉴스) 정재용 특파원 jj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