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마스 재무장 방지' 조건 합의가 관건

이스라엘이 7일 이집트와 프랑스가 공동으로 제안한 휴전안에 대한 논의에 참여하기로 결정하면서 개전 12일째로 접어든 가자지구 전쟁 사태가 새 국면에 접어들었다.

이스라엘은 이날 안보내각 회의를 열어 두 나라가 제안한 휴전안과 전쟁확대 방안 등을 놓고 논의를 거듭한 끝에 일단 중재국인 이집트와의 휴전 논의에 참여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하지만, 이스라엘은 휴전협상이 진행되는 동안 가자지구 내 군사작전을 계속할지에 대해서는 결정을 유보한데다 휴전안의 최종 수용을 위해서는 기본조건들이 충족돼야 한다고 밝히고 있어 가자지구에 총성이 완전히 멈추려면 상당 시일이 더 필요한 것으로 전망된다.

이스라엘은 또 이번 군사작전을 시작한지 12일만에 가자지구에서는 처음으로 이날 오후 하마스에 대한 공격을 한시적으로 중단했다.

이번 전쟁으로 극한의 고통에 시달리는 가자지구 주민에게 구호품이 안전하게 전달될 수 있도록 해달라는 국제사회의 요청을 받아들여 이스라엘은 이날부터 매일 오후 1시(현지 시각)부터 3시간 동안 폭격 등 하마스에 대한 군사작전을 중단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시리아에서 활동 중인 하마스의 망명 지도부도 이스라엘이 군사작전을 중단하는 시간 동안에는 이스라엘 영토 쪽으로 로켓탄을 발사하지 않겠다며 이스라엘의 조치에 화답했다.

이 같은 한시적인 화해 무드는 전날 호스니 무바라크 이집트 대통령과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이 공동으로 제안한 휴전안에 대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후원하면서 조성되기 시작했다.

그간 이스라엘의 군사작전에 대한 든든한 버팀목 역할을 해왔던 미국이 전날 안보리 회의에서는 두 정상의 휴전안을 지지하는 쪽으로 무게 중심을 옮겨간 것도 가자지구의 휴전 논의에 탄력을 준 것으로 분석된다.

미국 등 국제사회가 이스라엘에 휴전 압력을 강화하게 된 직접적인 계기는 전날 유엔이 가자지구에서 운영하고 있는 학교 3곳을 이스라엘군이 공격해 40명이 넘는 팔레스타인인들을 숨지게 한 사건이었다.

이들 학교는 이스라엘의 무차별적 공격행위를 피해 팔레스타인인들이 피난생활을 했던 곳이라는 점에서 국제사회의 분노는 더 컸다.

비록 이스라엘이 국제사회의 여론에 떼밀려 휴전 논의에 참여한다고 밝히기는 했지만, 최종 휴전이 성사되기까지는 넘어야 할 장애물이 적지 않다.

가장 핵심적인 사안은 이스라엘이 제시한 두 가지 휴전 조건을 국제사회가 어떻게 담보하느냐 하는 것이다.

이번 전쟁의 다른 한 축인 하마스가 이집트 접경지대의 땅굴을 통한 무기밀수를 금지토록 규제하는 방안이야 얼마든지 수용하겠지만, 재무장을 금지하는 조항에는 응하지 않을 가능성이 매우 높은 것으로 관측된다.

이와 관련, 시리아에서 망명활동 중인 하마스의 정치국 부위원장 무사 아부 마르주크는 이날 AP 통신에 이스라엘이 점령활동을 중단하지 않는 한 영구적인 휴전은 없고, `저항'만이 있을 것이라고 언급해 이런 관측을 뒷받침했다.

그럼에도, 이스라엘과 하마스가 휴전 논의에 참여할 의사를 보임에 따라 앞으로 이집트와 프랑스 등 국제사회의 노력 여하에 따라서는 가자지구에 평화가 찾아올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아가고 있다.

(카이로연합뉴스) 고웅석 특파원 freemo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