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세속에 외교적 해결 가능성 열어둬
팔'사망 430명.."전화.폭음탄으로 경보"

이스라엘이 개전 일주일째인 2일 가자지구에 대한 공습을 이어가면서 다른 한편에서는 이번 전쟁의 외교적 해결 가능성을 시사하는 등 하마스에 대한 강온 양면작전을 구사하고 있다.

이슬람권의 휴일인 이날에도 이스라엘은 하마스의 무기가 보관된 곳으로 추정되는 주택 20여 채를 잇따라 폭격했으며, 이슬람 사원인 모스크들도 이틀 연속 파괴했다.

이들 모스크에는 중거리 그라드 미사일과 단거리 카삼 로켓탄 등 다량의 무기류가 은닉돼 있어 폭격 후 2차 폭발이 연이어 일어났다고 이스라엘 측은 주장했다.

이날 새벽부터 시작된 이스라엘군의 폭격으로 가자지구 남부지역에서 뛰어놀던 어린이 형제 3명과 동 가자시티의 10대 소년 1명 등 5명이 목숨을 잃었다고 팔레스타인 보건당국이 밝혔다.

이로써 이스라엘의 공격에 희생된 팔레스타인인 수는 430명을 넘어섰고, 부상자 수는 2천200명에 이르렀다.

이스라엘이 일주일 동안 쏟아부은 폭탄에 하마스의 주요 시설물뿐만 아니라 주택도 수백 채가 파손됐다.

이스라엘의 공습에 파괴된 주택 중에는 하마스의 최고위급 지도자 니자르 라이얀이 거주하는 집이 포함됐다.

하마스의 주요 의사결정에 참여하는 지도자 5명 중 1명으로 알려진 라이얀은 전날 이스라엘의 공습 당시 집 안에 머물러 있다가 가족과 함께 사망했다.

이스라엘의 공습 공포 속에서도 가자 주민 수천 명은 이날 라이얀의 장례식에 참석해 보복을 다짐했다.

이스라엘은 이날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 거주하는 외국인 300여 명을 소개함으로써 조만간 지상작전을 전개하거나 공습 범위를 더욱 넓혀 나갈 것임을 강력하게 시사했다.

이날 가자지구를 빠져나온 미국 시민권자인 자와헤르 하기(14.여)는 "물도, 전기도, 의약품도 없다.

가자지구는 파괴됐다"고 AP 통신에 말했다.

그녀는 삼촌이 암으로 투병하던 아버지에게 줄 약을 찾으러 나갔다가 공습에 사망했고, 아버지도 며칠 뒤 숨을 거뒀다고 덧붙였다.

이스라엘 항공기는 가자지구에 로켓 발사진지나 하마스 지도자의 은신처를 신고해달라는 내용의 전단 수천 장을 뿌렸다.

이스라엘은 또 민간인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목표물 주변의 주민에게 공습 몇 분전에 전화를 걸어 대비경보를 발령하고 있고, 표적물 근처에 민간인이 보이면 폭음탄을 먼저 발사해 경고하고 나서 폭격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스라엘은 외교적인 방법으로 이번 전쟁을 수습하는 방안도 열어두고 있음을 내비쳤다.

치피 리브니 외무장관은 전날 프랑스 파리를 방문,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과의 회담에서 프랑스가 제안한 `48시간 휴전안'에 대한 거부 의사를 거듭 밝히면서 하마스가 로켓 공격을 할 수 없게 될 때까지 군사작전을 계속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리브니 장관은 이스라엘의 작전이 특정 시간표에 따라 수행되는 것이 아니라 매일 그날의 상황을 점검하면서 다음 목표를 설정하는 방식으로 이뤄지고 있다고 언급, 이번 전쟁 수행에 가변성이 있음을 내비쳤다.

이와 관련, 이갈 팔모르 외무부 대변인은 리브니 장관의 파리 방문이 외교적 차원에서 해결할 수 있는 다른 방법이 있는 지를 논의하기 위해 마련된 것이라고 말했다.

팔모르 대변인은 이스라엘은 "다양한 곳에서 제안한 수많은 방안을 `매우 심각하게' 검토하고 있다"며 "이스라엘은 하마스의 로켓탄 공격에 노출된 남부 지역에 평화를 복구하는 데 필요한 확고한 보장과 장치를 요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하마스는 전날 이스라엘에 30발의 로켓탄을 발사한 데 이어 이날도 여러 발의 로켓탄을 쏘아 올렸으나 별다른 인명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

이스라엘에서는 지난달 30일까지 군인 1명과 민간인 3명이 숨진 이후 사흘째 추가 희생자가 나오지 않았다.

이 때문에 이스라엘군 내부에서는 하마스의 로켓탄 공격이 예상했던 것보다 위협적이지 않다고 평가했다고 일간 하레츠가 전했다.

하마스는 이날을 `분노의 날'로 선포하고 요르단강 서안 지역과 동예루살렘에 거주하는 팔레스타인인들에게 항의 시위를 벌여달라고 호소했다.

이스라엘은 이들 지역에 수천 명의 경찰을 배치해 팔레스타인인들의 시위 사태를 차단했다.

(카이로연합뉴스) 고웅석 특파원 freemo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