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승세를 굳히고 있는 버락 오바마 민주당 후보가 실제 당선되면 역시 1960년대생으로 전후세대인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과 손잡고 과거의 냉전 유물 일소를 위해 힘쓸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클린턴 美행정부 당시 핵확산 방지담당 에너지부 차관보를 지낸 로즈 고테묄러는 최근 모스크바 타임스에 기고한 글에서 오바마와 메드베데프는 냉전시절 텍사스 방위군에 근무한 바 있는 부시 대통령과 옛 소련 국가보안위원회(KGB) 요원으로 활동했던 푸틴 전 러시아 대통령과는 확연히 다른 경력을 갖고 있다며 이렇게 전망했다.

그는 오바마가 1960-70년대 흑.백인 대결의 장(場)이었던 시카고에서 1980년대를 보냈으나 당시는 흑백 대립이 퇴조, 상호 문제해결을 모색하는 시기였다며 이런 관점에서 오바마는 인종대결 종식 이후의 첫 지도자로도 불릴 수 있다고 평가했다.

또 메드베데프에 대해서는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법률학을 전공한 뒤 법률을 가르치는 것으로 경력을 시작했을 뿐 공산당을 통해 성장하지도 않은 만큼 공산당 시대 이후의 첫 지도자로 일컬을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따라서 오바마와 메드베데프는 양국관계를 "전적으로 현대적인(truly modern)" 단계로 격상시킬 수 있는 잠재력을 갖고 있으며, 궁극적으로는 냉전유물 일소를 위해 공조하게 될 것이라고 고테묄러는 내다봤다.

그는 그러나 양국관계를 이처럼 격상시키는 것은 지난 8월 그루지야 사태에서 보듯 쉽지만은 않을 것라며 당시 미국에서는 러시아를 신뢰할 수 없다는 목소리가, 러시아에선 미국이 러시아의 '뒤뜰'에서조차 전세계의 헌병 노릇을 하려 한다는 비난이 각각 터져 나왔음을 상기시켰다.

실제로 러시아가 그루지야 전쟁 이후 베네수엘라에 폭격기와 해군함대를 보낸 것은 미국이 그루지야와 우크라이나를 계속 지지할 경우 러시아도 미국의 `뒤뜰'에서 미국을 자극할 수 있다는 신호를 보낸 것이라고 그는 평가했다.

그러나 오바마가 차기 미국 대통령으로 되면 메드베데프와 함께 냉전시대의 구습을 타파할 수 있는 정책 결정을 내리게 될 것이라고 고테묄러는 내다봤다.

예컨대 러시아 해군함대가 이달 중순 베네수엘라 해역에서 훈련을 마칠 즈음 오바마는 훈련에 참가한 러시아 지휘부를 플로리다의 미 중앙사령부로 불러 양국 해군이 소말리아 해역의 해적 소탕을 위해 공조하는 방안을 논의토록 할 것이라고 그는 설명했다.

또 메드베데프의 경우에도 그루지야내 친러 자치공화국인 남오세티야로 핵물질이 밀반입되는 고질적인 상황에 대해 러시아와 미국, 그루지야가 이전과 같은 공조체제를 구축해 문제를 해결하는 방안을 오바마측에 제안했을 것이라고 고테묄러는 내다봤다.

고테묄러는 "이러한 두가지 관측은 냉전 잔재를 일소하기 위해 어떻게 해야하는지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사례가 될 것"이라며 오바마와 메드베데프는 새 세대의 지도자들인 만큼 궁극적으로 냉전의 구습 일소에 성공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알마티연합뉴스) 유창엽 특파원 yct9423@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