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경제신뢰지수 급락..FRB 지도부, 잇단 침체 경고

신흥시장 채권도 美 침체 '파편'..가산금리 급등

미국과 유럽이 유례없이 대대적인 공적 자금을 투입해 금융시장 구제에 나섰음에도 불구하고 전세계적인 경기 침체가 진정되기 힘들 것이란 관측이 갈수록 우세해지고 있다.

블룸버그가 전세계 구독자를 대상으로 최근 실시해 집계된 '세계경제 신뢰지수'가 지난 9월에 비해 크게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으며 세계 최대 경제국인 미국도 '이미 침체에 빠졌다'는 진단이 연방준비은행 총재의 입에서까지 나오는 상황에서 엔화의 대달러 가치도 15일(이하 현지시각) 개장일 기준 닷새만에 처음으로 상승했다.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벤 버냉키 의장도 이날 금융 구제안에도 불구하고 "즉각적인 경기 회복이 어렵다"면서 "금융 위기가 이미 부진한 미 경제에 중대한 위협"이라고 시인했다.

이 발언은 FRB가 금리를 더 내릴 것임을 거듭 시사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유럽연합(EU)의 호아킨 알무니아 경제통화담당 집행위원은 15일 브뤼셀에서 기자들과 만나 "금융 부문에 이어 실물 경제에서도 고통이 시작됐다"면서 "정책 입안자들이 (금융만이 아닌) 전체 경제를 어떻게 안정시킬지를 생각해야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블룸버그 프로페셔널 글로벌 컨피던스 인덱스는 9월에 11.3이던 것이 이달에 4로 크게 떨어진 것으로 15일 집계됐다.

이는 블룸버그가 지난해 11월 이 지수를 산정하기 시작한 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이번 조사는 지난 6-10일 전세계에서 블룸버그를 구독하는 3천764명의 전문가를 대상으로 이뤄졌다.

지수 하락폭은 아시아와 유럽이 상대적으로 컸으며 일본도 약세를 면치 못했다고 블룸버그는 지적했다.

지역 별로 영국 응답자들이 자국 경제를 가장 비관적으로 봐 9월에 5.7이던 것이 이달에 3으로 하락했으며 미국의 경우 15.2에서 5.1로 하락폭이 특히 컸다.

일본은 7이던 것이 5.4로 낮아졌으며 브라질의 경우 32에서 26.2로 낮아지기는 했으나 상대적으로 가장 높은 신뢰도를 유지했다.

하이 프리퀀시 이코노믹스의 카를 와인버그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AFP에 "금융시장을 구제하기위한 국제사회의 공조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세계 경제가 침체로 치닫고 있다"면서 "설사 신용 경색이 풀린다해도 실물 경제의 고통은 거둬지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침체가 깊고 장기화될 조짐"이라면서 "유로권과 일본도 상황이 나쁘긴 마찬가지"라고 강조했다.

샌프란시스코 연방준비은행의 재릿 옐런 총재도 지난 14일 "정말로 미국 경제가 침체로 빠진 것으로 보인다"면서 올 3.4분기 제로 성장한데 이어 4.4분기에는 "완연한 마이너스 성장이 불가피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미 연방준비은행 책임자가 '이미 침체에 빠졌다'라고 진단한 것은 처음이라고 AFP는 강조했다.

나로프 이코노믹 어드바이저스의 조엘 나로프 사장은 AFP에 "미국인이 지갑을 닫았다"면서 "증시가 주저앉기 전부터 그랬다"고 말했다.

그는 "소비 위축이 광범위하게 이뤄지고 있다는 점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FAO 이코노믹스의 로버트 브루스카 애널리스트도 "지금 성장이 매우 위축됐다"면서 "미국이 마이너스 성장으로 가고 있음이 분명하다"고 우려했다.

엔의 대달러 환율은 15일 오후 뉴욕시장에서 전날보다 1.3% 빠진 100.77에 거래됐다.

환시장 관계자는 엔화의 대달러 가치가 뛴 것이 개장일 기준으로 닷새만에 처음이라면서 이 추세로 가면 몇주 안에 달러당 95엔대까지 환율이 떨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블룸버그는 미국이 7천억달러의 구제금융 가운데 2천500억달러 가량을 부실 금융사 구제에 할애함에도 불구하고 이것이 미국의 침체를 방지하기 힘들 것이라는 관측에 따라 엔화가 모처럼 달러에 대해 강세를 보이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블룸버그는 미 경기침체에 대한 우려가 신흥시장 채권에도 부담을 주고 있다면서 파산 위험이 있는 것으로 알려진 우크라이나와 베네수엘라 등의 채권 스프레드(가산금리)가 크게 증가했다고 전했다.

JP 모건 체이스의 EMBI+ 인덱스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채권은 15일 오후 뉴욕시장에서 스프레드가 1.71%포인트 상승해 기록적인 17.09%포인트까지 뛰었다.

개도권 채권의 평균 스프레드도 이날 0.26%포인트 상승해 5.70%포인트를 기록했다.

베네수엘라 5년물의 크레디트 디폴트 스왑(CDS)도 이날 1.65%포인트 상승해 16.08%포인트에 달했다.

이는 1천만달러 어치의 채권 부도보호 비용이 160만8천달러가 소요되는 것을 의미한다고 블룸버그는 분석했다.

(서울연합뉴스) 선재규 기자 jksu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