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무 회장 "장기불황 대비하라"
이구택 회장 "철강도 구조조정해야"
박용만 회장 "침체 7분기정도 갈듯"


"장기 불황에 대비하라."(구본무 LG 회장)
"산이 높으면 골이 깊다. 이제 깊은 경기침체의 리스크를 준비해야 할 때다. "(이구택 포스코 회장)

주요 그룹 총수들이 글로벌 금융위기 확산에 따른 실물경기 침체와 장기 불황에 대한 경계령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구본무 회장은 7일 LG그룹 계열사 최고경영자(CEO) 등 3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임원 세미나에서 "금융시장 혼란으로 인한 경기침체로 상반기에 비해 사업상의 어려움이 커졌다"며 "소비둔화가 단기간 내에 나아질 조짐이 보이지 않는다"고 진단했다.

그는 "내년도 사업계획을 수립할 때 환율과 금리변화에 따른 리스크에 대해 보다 철저하게 대비하고 시장 정체를 타개할 수 있는 차별화된 전략을 수립해 달라"고 당부했다. LG 관계자는 "구 회장이 경영의 초점을 유동성 관리와 불황 대응에 맞추도록 강조했다"고 전했다.

국제철강협회(IISI) 회장을 맡고 있는 이구택 포스코 회장은 6일(현지시간) 워싱턴에서 열린 연례총회 개막행사에 참석한 뒤 한국경제신문 기자와 만나 글로벌 철강업계의 감산과 구조조정론을 처음으로 제기했다.

그는 "세계 1위인 미탈그룹이 연간 철강 생산량을 15% 감산키로 결정했다는 얘기를 들었다"며 "경기 침체기에 대비해 중국 등 글로벌 철강업계가 과잉설비를 구조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철강업계는 몇년 간 초호황을 누렸으나 이제 깊은 경기침체 리스크를 준비해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

그는 철강구조조정에 대해 "획일적인 잣대를 들이대는 게 아니라 설비경쟁력을 최우선 기준으로 삼고,정부 보조금 지급 등의 시장왜곡 요소도 제거해 자연스럽게 일어나게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IISI 연례총회때마다 내놓는 철강경기 3개월 전망에 대해서는 "향후 경기가 워낙 불투명해 이번에는 내가 구체적인 전망치를 발표하지 말자고 했다"며 얼어붙은 분위기를 전했다. "미국에 와서 보니 국내에서 느끼던 것보다 금융시장과 경기 사정이 너무 안 좋은 것 같다"는 말도 했다.

이 회장은 대우조선해양 인수자금 조달을 위한 해외 채권 발행에 대해 "금융위기 탓에 발행금리는 오르겠지만 경쟁력이 최상위인 제조업체는 그래도 조건이 낫다"면서도 "실무진을 통해 상황을 매일 체크하다시피 한다"고 전했다.

박용만 두산인프라코어 회장도 한경 기자와 만나 "요즘과 같은 상황이 앞으로 7분기는 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2010년 중반은 돼야 경기가 풀릴 것이라는 전망이다.

그는 "이 기간 동안 기업들이 움츠리고만 있어서는 미래가 없다"며 "오히려 2010년 중반기 이후 어떤 상황에서 회복기를 맞을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거꾸로 보면 앞으로 남은 7분기가 기업의 성장동력을 확충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는 얘기다.

박 회장은 "두산의 내년 사업계획 요체도 경기 침체기를 어떻게 하면 기회로 삼을 수 있을지에 모아진다"며 "이런 전략을 구사할 수 있는 기간이 겨우 1년 반 정도 밖에 남지 않은 만큼 빨리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려고 노력 중"이라고 덧붙였다.

워싱턴=김홍열 특파원/안재석 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