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선초반 전폭지지..전대서 또 한번 힘실어주기

역시 케네디가(家)는 오바마의 든든한 원군이었다.

악성 뇌종양으로 투병중인 `노정객' 에드워드 케네디(76) 상원의원이 25일(현지시간) 콜로라도주 덴버시에서 개막된 미국 민주당 전당대회에 아픈 몸을 이끌고 `깜짝 참석'했기 때문이다.

지난달 10일 의료보험 관련법안 표결에 참석하기 위해 상원 본회의장에 나타났던 케네디가 이번에는 당 대의원 자격으로 버락 오바마 대선후보에게 `한 표'를 주겠다며 지역구인 매사추세츠에서 전날 밤 `은밀하게' 덴버까지 날아온 것.
케네디는 이날 오전 매사추세츠주 출신 대의원들의 조찬모임에 참석했으며, 저녁에는 행사장인 펩시센터에 모습을 드러냈다.

저녁행사에 참석할 지 여부는 막판까지 유동적이었다.

따라서 존 F. 케네디(JFK)의 딸 캐롤라인(51)이 삼촌 케네디의 투병생활 근황이 담긴 동영상을 소개하자 장내에서는 "케네디는 안나오는구나"하는 반응이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장내의 불이 모두 꺼진 가운데 진행된 동영상 상영이 끝나고 불이 환하게 켜지면서 중앙무대에는 케네디가 비교적 건강한 모습으로 손을 흔들며 나타났고, 장내는 일순 환호성과 "테디(Teddy.에드워드 케네디의 애칭)"를 연호하는 함성으로 가득찼다.

케네디는 "어떤 것도 나를 이런 특별한 행사에 빠지게 할 수는 없다"며 40년 이상 의정생활에서 다져온 카리스마를 뿜어냈다.

케네디는 내친 김에 28일 인베스코 풋볼경기장에서 예정된 버락 오바마 의원의 대선후보 수락연설까지 보고 싶다는 의향을 주변에 밝힌 것으로 알려지고 있어 실제 참석여부가 주목된다.

사실 민주당 측은 케네디가 항암치료 등으로 인해 이번 전당대회에 참석하기 힘들 것으로 보고, 동영상을 통해 케네디의 평생업적을 소개하는 행사를 마련해 놓은 상태였다.

하지만 케네디는 주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전당대회에 참석하기로 했다는 후문이다.

실제 케네디의 주치의들은 케네디가 방사선 치료 등으로 인해 면역체계가 약화됐기 때문에 다중이 모인 곳에 가는 것은 위험하다며 전당대회 참석을 막았지만, 케네디는 막판에 참석하기로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케네디와 오바마의 인연은 민주당 경선초반부터 화제를 뿌려왔다.

젊음과 패기, 빼어난 언변과 준수한 외모, 멋쟁이 부인 등 피부색을 뛰어넘은 두 사람의 교집합이 세인의 관심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던 것.
특히 경선초반 오바마에 대한 케네디가의 지지선언은 오바마가 힐러리 클린턴을 따돌리고 유리한 고지를 선점할 수 있는 기폭제가 됐다.

캐롤라인 케네디는 오바마 지원을 위한 선거광고에 출연한 것은 물론 오바마의 러닝메이트 물색작업을 사실상 진두지휘했다.

이후 에드워드 케네디도 오바마 지지에 가담했다.

케네디가 사람들이 이처럼 첫 흑인 대통령에 도전하는 오바마를 일찌감치 지지했던 이유는 변화와 개혁을 추구했던 JFK의 프런티어 정신과 오바마가 내세운 `변화'라는 시대정신이 맞아떨어진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에드워드 케네디의 경우에는 1980년 당내 대선후보 경선에서 지미 카터 후보에게 패한 뒤 자신의 꿈을 대리실현해 줄 인물로 초선 상원의원 출신인 오바마를 꼽은 듯 하다.

일각에서는 1960년대 이후 민주당 쪽의 주도권을 장악해온 케네디 패밀리가 클린터가에게 크게 밀리면서 왕년의 영광을 재연하기 위해 경선당시부터 반(反)힐러리 노선을 택했고, 자연스럽게 오바마를 지원하게 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전당대회 개막일 행사장인 펩시센터를 감동의 도가니로 몰아넣은 에드워드 케네디의 등장은 공화당 존 매케인 후보와 박빙의 승부를 펼치고 있는 오바마에게 큰 보탬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케네디는 JFK의 동생으로 지난 1962년 의회에 첫 발을 내디뎠으며, 지금까지 8선을 기록하며 왕성한 의정활동을 해 온 민주당의 가장 영향력있는 의원 중 한명으로 꼽힌다.

(덴버<콜로라도주>연합뉴스) 고승일 김재홍 특파원 ksi@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