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루지야에서의 철군을 둘러싸고 미국과 러시아가 다시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아나톨리 세르듀코프 러시아 국방 장관은 22일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대통령에게 "당초 계획대로 22일 오후 7시50분(모스크바 현지시각) 철군을 완료했다"고 보고한 것으로 러시아의 리아 노보스티 통신이 23일 전했다.

세르듀코프 장관은 이어 "러시아는 이로써 지난주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이 러시아와 그루지야를 중재해 내놓은 평화합의를 이행했다"면서 "러시아군은 현재 남오세티야로 이동해 있고 일부 병력은 이미 원래 진지로 돌아갔다"고 밝혔다.

6개 항으로 이뤄진 평화합의는 러시아군이 러시아와 그루지야 간 전쟁이 발발한 8월8일 이전 상황으로 돌아갈 것을 규정하고 있지만 남오세티야 주변의 완충지대에서 "추가적인 안보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고 세르듀코프 장관은 상기시켰다.

그러나 미국은 러시아가 합의를 이행한 것이 아니라며 즉각적인 이행을 촉구하고 나섰다.

고든 존드로 미 백악관 대변인은 22일 기자들에게 조지 부시 대통령이 사르코지 대통령과 전화통화를 갖고 "러시아가 평화합의를 따른 게 아니므로 즉각 합의를 이행할 필요가 있다"는데 인식을 같이 했다고 전했다.

미 국방부도 그루지야에서 러시아 병력의 움직임이 있기는 하지만 미미해 철군으로 봐야 할 것인지, 재배치로 봐야 할 것인지 불확실하다고 지적했다.

또 미 국무부 로버트 우드 대변인은 "그들은 의심의 여지 없이 의무를 충실히 이행하지 않고 있다"며 "검문소와 완충지대 설치는 분명하게 평화합의에 들어있는 사항이 아니다"고 비난했다.

러시아는 철군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친러 성향의 그루지야 자치공화국들인 남오세티야와 압하지야 부근 지역을 평화합의상 '완충지대'로 보고 검문소를 설치했었다.

러시아가 평화합의를 이행했는지에 대한 러시아와 서방간 해석이 이처럼 다르기 때문에 극적인 돌파구가 마련되지 않는 한 '대립구도'는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한편 러시아는 남오세티야와 압하지야에 자국의 미래 지위에 관해 자율적으로 결정할 권한을 허용돼야 한다고 밝히는 반면 미국 등 서방 측은 그루지야의 영토 통합성을 지지하며 남오세티야와 압하지야의 독립을 반대하고 있다.

(알마티연합뉴스) 유창엽 특파원 yct9423@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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