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의 수영 마라톤 대표 마르텐 판데르베이덴(27)은 강한 의지로 한때의 절망을 희망으로 바꿔놓은 주인공이다. 혈액암을 극복한 것만 해도 대단한데 평생 꿈꿔왔던 올림픽 무대에서 금메달까지 따냈다.

21일 베이징 순이 조정카누경기장에서 펼쳐진 수영 남자 마라톤 10㎞에서 판데르베이덴은 1시간51분51초6에 터치패드를 두드리며 정상에 올랐다. 수영선수였던 누나의 영향을 받아 수영을 시작한 판데르베이덴은 일찌감치 유망주로 떠올랐다. 키 205㎝에 몸무게 92㎏의 이상적인 체격을 지닌 그는 특히 장거리 야외 수영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그는 19살이던 2000년 세계오픈워터선수권대회에서 성인 무대에 데뷔했다. 그리고 2년 뒤 끔찍한 소식을 접했다. 혈액암 진단을 받은 것이다. 수영선수로 뛰기에는 무리라는 주위의 조언이 있었지만 판데르베이덴은 포기하지 않았다. 머리카락이 다 빠질 정도로 독한 항암치료를 견뎌냈고 결국 완치 판정을 받았다.

판데르베이덴은 2004년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에서 열린 세계오픈워터선수권대회에서 재기했다.

그는 병에 걸리기 전보다 더 빨라졌고 10㎞와 25㎞에서 모두 7위를 차지했다. 2005년 캐나다 몬트리올에서 열린 세계대회에서 10㎞는 5위,25㎞ 6위를 한 데 이어 지난 5월 스페인 세비야 세계대회에서는 25㎞ 우승,5㎞ 3위,10㎞ 4위로 치고 올라갔다. 결국 이번 베이징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목에 거는 감격을 누렸다.

베이징=조주현 특파원 fore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