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윗은 골리앗을 이길 것이다."

미하일 사카슈빌리 그루지야 대통령은 12일 밤(현지시간) 수도 트빌리시 국회의사당 앞 대로에서 9시간 이상 계속된 시민 궐기대회에서 "러시아와 그루지야의 싸움은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이며, 여기서 다윗은 결국 승리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러시아의 총공세로 궁지에 몰린 그는 이날 특유의 열변으로 국민적 지지를 호소했다.

전쟁 이후 정치적 희생양이 될 수도 있는 상황에서 사카슈빌리 대통령이 믿을 수 있는 건 이제 그루지야 국민의 애국심 밖에는 없는 듯 감정에 호소하는 격앙된 목소리가 연설 내내 계속됐다.

사카슈빌리 대통령은 그루지야가 독립국가연합(CIS)을 탈퇴하겠다는 선언도 했다.

그는 우크라이나를 비롯한 다른 국가들도 이를 따를 것이라며, "소비에트 연방은 영원히 안녕"이라고 말했다.

1993년 CIS에 가입한 그루지야는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에 가입만 하면 CIS에 남아있을 이유가 없다면서 이전에도 수차례 CIS 탈퇴를 공언해 왔다.

그루지야를 공격한 러시아를 성토하고 전 국민의 애국심을 북돋기 위한 이날 집회에는 오후 3시 전부터 시민들이 속속 몰려들기 시작해 10만명에 가까운 인파가 트빌리시 중심을 가득 메웠다.

집회는 자정 이후까지 이어졌다.

대부분 그루지야 국기를 손에 든 시민들은 '러시아 고 홈'(Russian Go Home)을 외쳤으며, 압하지야와 남오세티아를 빼앗길 수 없다는 사카슈빌리 대통령의 연설에 박수와 환호로 답했다.

이날 저녁 늦게부터는 우크라이나, 폴란드, 에스토니아, 리투아니아, 라트비아 등 5개 옛 공산 국가 지도자들이 연단에 올랐다.

이들은 한결같이 그루지야와 사카슈빌리 대통령에 대한 지지를 약속했다.

빅토르 유셴코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그루지야 국민은 자유와 독립을 쟁취할 권리가 있다.

우리는 연대를 위해 이곳에 왔다.

자유는 싸워 얻을 만한 가치가 있다"고 강조했다.

연단에는 레흐 카친스키 폴란드 대통령, 투마스 헨드릭 일베스 에스토니아 대통령, 발다스 아담쿠스 리투아니아 대통령, 이바르스 고드마니스 라트비아 총리의 모습도 보였다.

늦은 밤까지 자리를 굳게 지킨 시민들의 표정은 결연했다.

전직 군인이라는 다니엘 소브렐리는 "아무한테도 우리 땅을 주지 않을 것이다.

전쟁으로 우리 자식들이 너무도 많이 죽었다.

러시아가 여기서 도발을 끝내지 않는다면 그루지야 국민은 이를 용서하지 않을 것"이라고 소리를 높였다.

타마다 투트베리제(67.여)는 "모든 국민이 하나가 됐다는 것을 러시아에 보여줘야 한다.

그래야 우리가 살 수 있다"고 의지를 보였다.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이 이날 낮 군사작전 종료를 선언했지만 그루지야 시민들은 이를 믿지 않는 표정이었다.

대학 교수인 파파스키리(33)는 "러시아가 어떤 일을 할 지 누가 알겠느냐"고 강한 불신을 표시했다.

(트빌리시연합뉴스) 권혁창 특파원 fait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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