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지전 4일째 계속..근처 압하지야共도 긴장 고조
EU 등 각국 중재 움직임 분주..외국인 탈출 러시


그루지야 정부가 10일 일방적인 휴전과 함께 분쟁지역 내 군대 철수를 선언했지만 러시아가 국제사회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막강 화력을 앞세워 오히려 압박을 강화하고 있다.

또 러시아가 남오세티야에서 중요 작전이 완료됐다고 밝힌 가운데 또 다른 자치공화국인 압하지야에서 `제 2전선'이 형성돼 가는 분위기여서 긴장을 늦출 수 없는 상황이다.

여기에 국제사회의 중재 노력에도 불구하고 가시적 조치가 나타나지 않으면서 사태 해결을 어렵게 하고 있다.

이에 따라 폴란드 등 외국인들도 속속 인근 국가로 피신하고 있으며, 남오세티야 주민 약 4만명이 피난길에 나서는 등 그루지야의 불안은 이어지고 있다.

◇ 무력 충돌 위기 = 러시아가 휴전 제안을 공식적으로 접수하고도 공세의 고삐를 늦추지 않으면서 국지적 교전이 11일에도 이어졌다.

그루지야 당국은 50여 대의 러시아 전투기들이 이날 오전 그루지야 수도 트빌리시에서 북서쪽으로 65km 떨어진 고리 지역 군 기지와 마크하타 산의 관제시설 시설에 폭격을 가했다고 주장했다.

또 남오세티야에 주둔하던 러시아 기갑부대가 그루지야 영토로 진격하려 했으나 그루지야 육군의 반격을 받고 철수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 내용이 사실로 확인된다면 러시아 지상군은 이번 전쟁 발발 이후 처음으로 그루지야에 진군한 것이다.

또 트빌리시 공항 레이더가 러시아 군에 폭격당했고 고리에서는 민간인들을 타깃으로 한 공격도 있었다고 그루지야 측은 주장했다.

그루지야가 철군했다고 주장한 남오세티야 수도 츠힌발리에서도 이날 오전 그루지야군의 공격으로 3명의 러시아 평화유지군이 숨지고 18명이 부상했다고 인테르 팍스 통신이 보도했다.

또 러시아 측은 자국 전투기 2대가 추가로 격추당했다고 발표했다.

미하일 사카슈빌리 그루지야 대통령은 "그루지야 영토 내 500대의 러시아 탱크와 2만5천명의 러시아 병력들이 동원돼 있다"고 주장했다.

그런가 하면 인테르 팍스 통신은 러시아군이 압하지야 내 코도리 계곡에 주둔한 그루지야 군에 최후통첩을 보냈고 현재 9천명의 병력과 전차 350대가 대기 중이라고 보도했다.

그러나 그루지야 당국은 자국 군대가 무장해제하지 않을 것이며 최후통첩을 거부할 것이라고 밝혀 이 지역에서도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특히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은 이날 "남오세티야에 평화를 가져오기 위한 중요한 작전이 완료됐으며 츠힌발리는 러시아 평화유지군의 수중 하에 있다"고 밝혔지만 이 발언이 러시아군의 작전 종료를 의미하는 것인지 대해서는 알려지지 않고 있다.

러시아는 이번 전쟁으로 남오세티야에서 2천여명이 사망했다고 주장하고 있고 그루지야는 지금까지 군인과 민간인을 포함해 130명이 목숨을 잃었다고 발표했다.

◇ 피난 행렬과 외국인 소개 = 정정 불안이 계속되자 남오세티야에서는 피난 행렬이 이어지고 있으며, 그루지야 내 외국인들도 본격적인 피란길에 올랐다.

국제적십자위원회(ICRC)는 남오세티야 주민 약 3만명이 러시아로 피신했고, 1만여명이 그루지야 내 타 지역으로 몸을 피한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폴란드 정부는 항공기를 동원, 그루지야 인근 국가인 아르메니아로 피해있던 자국민 180명을 실어날랐으며, 이탈리아 국적자 130~140명도 아르메니아로 피할 예정이라고 이탈리아 관영 ANSA 통신이 전했다.

영국도 자국민들에게 서둘러 그루지야를 떠날 것을 촉구했고 세계 주요 항공사들도 트빌리시 운항을 중단했다.

러시아 비상대책부는 9일 의료진과 식량, 의약품을 실은 수송기를 북오세티야에 보낸 데 이어 10일에도 120t 가량의 식량을 츠힌발리와 북오세티야로 보냈다.

러시아는 이번 위기에 따른 피난민 수용에 문제가 없다며 아직까지 유엔의 도움을 요청하지 않고 있는 상태다.

한편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총리는 남오세티야 재건 비용으로 4억2천만달러를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 국제사회 중재 노력 분주 = 유럽연합(EU)과 유럽안보협력기구(OSCE) 등 국제사회의 중재 노력이 활발해지고 있으나 아직 가시적인 성과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

EU 순회의장국을 맡고 있는 프랑스의 베르나르 쿠슈네르 외교장관과 OSCE 의장인 알렉산더 스텁 핀란드 외무장관은 모든 당사자들의 즉각 휴전을 촉구했다.

전날 사카슈빌리 대통령을 만나 중재에 나섰던 쿠슈네르 장관은 이날 모스크바를 찾아 러시아 지도부와 면담할 계획이다.

독일 외무차관인 게르노트 에를러도 러시아와 그루지야의 외무장관들이 현재 직접 접촉을 하고 있다며, 상관인 프랑크-발터 슈타인마이어 외무장관이 러-그루지야 양국 장관을 한 자리에 앉도록 세계 주요국들과 협의하고 있다고 전했다.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도 이번주 초 모스크바를 방문, 메드베데프 대통령과 만나고 EU 외무장관들도 13일 브뤼셀에서 모여 사태 해결 방안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어서도 그루지야 사태 해결을 위한 돌파구가 마련될 지 주목된다.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는 12일 브뤼셀 본부에서 26개 회원국 대표들이 참석한 가운데 사태 해법을 논의할 예정이며 이 회의에는 그루지야 정부 대표단도 동참할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전날 열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4차 회의에서도 미국과 러시아 사이의 상호 비난전만 이어졌을 뿐 무력 사용 중단을 촉구하는 성명 내용에 합의를 이루지 못했다.

(모스크바연합뉴스) 남현호 특파원 hyunh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