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오후 늦게 휴전을 선언했던 그루지야가 수 시간이 지난 8일 새벽 남오세티아에 대해 공격을 감행한 것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총리가 러시아에 없는 때를 노린 것으로 보인다.

푸틴 총리는 전날 오후 올림픽이 열리는 중국 베이징(北京)으로 향했고 중국 지도자들과 회동을 앞두고 그루지야 군의 남오세티야 침공 소식을 전해 들었다.

그루지야가 세계의 이목이 중국에 집중된 사이 남오세티아를 재빨리 찾아올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AP 통신은 전했다.

그루지야군은 이 공격으로 남오세티아 수도인 츠힌발리를 장악, 초기 기선 제압에 성공했다.

이에 따라 전날 미하일 사카쉬빌리 대통령의 휴전 제안 자체가 하나의 속임수였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이는 오히려 푸틴 총리를 더 분노하게 만들었다.

러시아 평화유지군 소속 군인들의 사망 소식을 전해 들은 푸틴 총리는 "올림픽이 열리는 날 그루지야가 그런 행동을 한 것은 유감"이라면서 "그루지야의 공격은 보복을 부를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리고 몇 시간 뒤 러시아 전투기들의 그루지야 침공 소식이 전해졌고 일단의 러시아 군과 군 장비가 남오세티아 츠힌발리로 진행 중이라는 보도가 흘러 나왔다.

푸틴 총리는 "남오세티아에서 전쟁이 시작됐다"면서 사실상 전쟁 발발을 인정했다.

푸틴 재임 시절 러시아와 최악의 외교관계를 가진 그루지야로서는 강경 일변도의 외교 정책을 고수해 온 푸틴이 껄끄러운 상대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이날 공격은 오히려 푸틴 총리에게는 날개를 달아 준 셈이 됐다.

올림픽 개막식 당일 이뤄진 그루지야 군의 군사행위는 어떤 이유로든 정당화될 수 없기 때문에 푸틴 총리로서는 수백 명의 각국 지도자들이 참석하고 세계 언론의 관심이 쏠리고 있는 개막식 현장은 그루지야를 비난하기에 더없이 좋은 장소가 된 것이다.

한편 이번 주부터 휴가를 보내고 있던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대통령은 그루지야의 남오세티아 침공 소식을 듣고 측근들과 비상 대책회의를 갖고 강경 대응을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모스크바연합뉴스) 남현호 특파원 hyunh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