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루지야, 푸틴 없는 때를 노렸다
푸틴 총리는 전날 오후 올림픽이 열리는 중국 베이징(北京)으로 향했고 중국 지도자들과 회동을 앞두고 그루지야 군의 남오세티야 침공 소식을 전해 들었다.
그루지야가 세계의 이목이 중국에 집중된 사이 남오세티아를 재빨리 찾아올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AP 통신은 전했다.
그루지야군은 이 공격으로 남오세티아 수도인 츠힌발리를 장악, 초기 기선 제압에 성공했다.
이에 따라 전날 미하일 사카쉬빌리 대통령의 휴전 제안 자체가 하나의 속임수였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이는 오히려 푸틴 총리를 더 분노하게 만들었다.
러시아 평화유지군 소속 군인들의 사망 소식을 전해 들은 푸틴 총리는 "올림픽이 열리는 날 그루지야가 그런 행동을 한 것은 유감"이라면서 "그루지야의 공격은 보복을 부를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리고 몇 시간 뒤 러시아 전투기들의 그루지야 침공 소식이 전해졌고 일단의 러시아 군과 군 장비가 남오세티아 츠힌발리로 진행 중이라는 보도가 흘러 나왔다.
푸틴 총리는 "남오세티아에서 전쟁이 시작됐다"면서 사실상 전쟁 발발을 인정했다.
푸틴 재임 시절 러시아와 최악의 외교관계를 가진 그루지야로서는 강경 일변도의 외교 정책을 고수해 온 푸틴이 껄끄러운 상대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이날 공격은 오히려 푸틴 총리에게는 날개를 달아 준 셈이 됐다.
올림픽 개막식 당일 이뤄진 그루지야 군의 군사행위는 어떤 이유로든 정당화될 수 없기 때문에 푸틴 총리로서는 수백 명의 각국 지도자들이 참석하고 세계 언론의 관심이 쏠리고 있는 개막식 현장은 그루지야를 비난하기에 더없이 좋은 장소가 된 것이다.
한편 이번 주부터 휴가를 보내고 있던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대통령은 그루지야의 남오세티아 침공 소식을 듣고 측근들과 비상 대책회의를 갖고 강경 대응을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모스크바연합뉴스) 남현호 특파원 hyun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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