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자동차산업의 상징인 제너럴모터스(GM)와 포드가 '적과의 동침'에 나섰다. 극심한 판매 부진으로 인한 실적 악화로 생존 위협에 내몰린 데다 일본 한국 등 아시아 자동차업체들에 안방까지 내줄 처지에 놓이자 자구책으로 상생의 길을 모색하고 나선 것이다.

미 자동차산업의 메카인 미시간주 디트로이트시에서 발행되는 디트로이트뉴스는 4일 GM과 포드가 자동차 엔진과 트랜스미션 기술을 공동 개발하기로 하고 구체적인 협력 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보도했다. 세계 최대인 미 자동차 시장을 놓고 지난 100여년간 치열하게 경쟁해온 두 회사는 2년 전 트랜스미션 공동 개발에 나선 적은 있으나 자동차 핵심 부품인 엔진 개발에 합의한 것은 이례적인 일로 평가되고 있다.

GM과 포드의 이번 협력은 지난 6월 GM의 제안으로 성사됐다. 포드는 과거 공동 개발 프로젝트에서 GM이 더 혜택을 봤다는 이유로 내부에서 반대 목소리도 있었으나 GM의 기술을 활용한 레버리지 효과와 연구개발 비용 절감이 기대돼 최종적으로 협력키로 결정했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두 회사가 공동 연구개발에 나설 경우 적잖은 비용 절감 효과를 거둘 것으로 예상된다. 새로운 엔진 연구개발비로 10억달러,트랜스미션 개발비로 8억달러가 소요될 전망이나 양사가 이를 분담하면 비용이 절반으로 준다. 양사의 기술을 접목하면 연비가 좋은 신차 개발에도 가속도가 붙어 고유가와 경기침체로 인한 판매 부진을 만회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도 배경으로 꼽힌다.

한편 고유가와 경기침체 영향으로 GM의 지난달 미국 내 판매는 전년 동기 대비 26.1%,포드는 14.7%,크라이슬러는 28.8%씩 감소했다. 대형차와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및 픽업트럭 위주인 미국 '빅3'의 시장점유율은 역대 최저인 42.7%를 기록,도요타 혼다 등 일본 자동차 8개사(43.0%)에 처음으로 뒤졌다.

박영태 기자 py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