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랑 끝에 몰렸던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이 웃었다.

힐러리는 22일(현지시간) 열린 펜실베이니아주 민주당 예비 선거(프라이머리)에서 버락 오바마 상원의원을 누르고 승리를 따 내며 대권 도전의 불씨를 살렸다.

하지만 '불안한 승리'다.

그의 지지 기반인 백인 중산층과 노인 인구가 많은 펜실베이니아에서 당초 기대했던 15~20%포인트보다 낮은 10%포인트 차이의 승리에 그침에 따라 당 내 사퇴 압박과 자금난을 이겨 내고 레이스를 펼쳐야 하는 어려운 처지이기 때문이다.

힐러리 후보는 이날 치러진 펜실베이니아 예비선거 개표 결과 55%의 지지를 얻어 45% 득표에 그친 오바마 후보를 눌렀다.

CNN에 따르면 힐러리는 이번에 81명,오바마는 69명의 대의원을 확보했다.

이로써 이제까지 확보한 누적 대의원 수는 오바마 1719명,힐러리 1586명으로 집계됐다.

이에 따라 민주당 경선은 다음 달 6일로 예정된 노스 캐롤라이나(115명)와 인디애나(72명)주 예비 선거에서 승패가 가름 날 가능성이 크다.

민주당 경선 후보로 확정되기 위해선 총 2025명의 대의원을 확보해야 한다.

힐러리는 대의원 수에서 오바마에게 133명 뒤져 있다.

남은 9개 지역 경선에서 압도적인 승리를 거두지 않는 한 열세를 뒤집기는 어렵다.

남은 경선도 오바마가 유리한 곳이 많다.

향후 경선 지역 중 힐러리는 웨스트 버지니아와 켄터키 주에서 우위를 보이는 반면 오바마는 노스 캐롤라이나,오리건,사우스 다코타에서 우세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힐러리가 걸 수 있는 유일한 희망은 민주당 주지사와 상.하원 의원,당 간부 등으로 구성된 슈퍼 대의원들이다.

슈퍼 대의원 쟁탈전에서 오바마를 압도해야만 민주당 후보 지명을 바라볼 수 있다.

하지만 슈퍼 대의원 수에서도 오바마는 232명을 확보,힐러리(255명)를 근소한 차이로 뒤쫓고 있다.

힐러리는 '실탄'도 열세다.

오바마 후보는 지난달 4100만달러의 선거 자금을 모금한 반면 힐러리는 절반 수준인 2000만달러를 모으는 데 그쳤다.

소모적인 혈투를 계속하기보다는 빨리 후보를 결정해 11월 본선에 대비해야 한다는 민주당 내 요구가 높아지면서 힐러리에 대한 사퇴 압력도 가중되고 있다.

힐러리는 '승자 독식' 방식인 11월 대통령 선거에서 승패를 가를 캘리포니아 뉴욕 텍사스 등 주요 주에서 이긴 데 이어 펜실베이니아에서도 승리함에 따라 본선 경쟁력을 내세워 슈퍼 대의원들을 집중 설득하며 최후의 대역전을 노린다는 전략이다.

힐러리는 이날 승리가 확정된 뒤 필라델피아에서 환호하는 지지자들을 향해 "경선 포기를 압박하는 사람들에게 펜실베이니아 유권자들은 다른 목소리를 들려 줬다"며 "포기하지 않고 싸워 이기겠다"고 말했다.

그는 "유권자들은 역사상 가장 긴 '잡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는 셈"이라며 "(오바마와) 이력서를 비교해 보면 누가 대통령 직에 적합한 인물인지 금방 알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시간 오바마는 이미 다음 격전지인 인디애나로 날아가 유세를 벌이고 있었다.

힐러리의 텃밭인 펜실베이니아에서 승리보다는 힐러리와의 격차를 줄이는 것을 목표로 했던 오바마는 이날 결과에 대해 "선전했다"고 자평했다.

유병연 기자 yoob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