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비메탈 즐기는 성실파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제1 부총리를 '지마'(드미트리의 애칭)라고 불렀다.

푸틴 대통령은 2000년 대선 때 참모들에게 "지마가 소신껏 일을 하도록 놔두면 그는 해낼 것이며 어쩌면 더 성장해 나를 대체하는 인물이 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푸틴 대통령은 이미 그때부터 메드베데프를 후계자로 마음속에 담아두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올해 마흔두 살의 메드베데프는 푸틴보다 열세 살이나 어리다.

그가 내년에 대통령이 되면 제정 러시아 이후 가장 젊은 지도자로 기록된다.

외모도 동안인 메드베데프는 키도 162㎝ 정도로 서구인치고는 왜소한 편이다.

일각에선 푸틴이 메드베데프를 후계자로 지목한 이유 가운데 하나가 외모에서 풍기는 온순한 이미지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푸틴이 그를 배후에서 손쉽게 움직일 수 있다고 생각했을 것이란 얘기다.

메드베데프는 푸틴과 같은 상트페테르부르크(옛 레닌그라드) 출신이다.

대학도 푸틴과 똑같이 레닌그라드 국립대학 법학과를 졸업했다.

이미지와는 달리 대학 시절 역도 선수로 활약하기도 했다.

패션 감각이 뛰어나기로 소문난 부인 스베틀라나 메드베데바와는 대학 시절부터 연인이었다.

스베틀라나는 상트페테르부르크의 금융대학을 나왔다. 패션쇼 큐레이터,교육 프로그램 운영 등 다양한 사회 활동을 하며 모스크바 사교계에서 꽤 이름이 알려져 있다.

둘 사이에는 올해 열두 살의 이리야라는 아들이 있다.

메드베데프는 학창 시절 책벌레에 수줍은 성격이었다.

하지만 음악만큼은 요란한 헤비메탈을 즐겼다.

그가 제일 좋아하는 밴드는 영국의 전설적인 그룹 블랙 사바스.록그룹 딥 퍼플의 음악도 즐겨 듣는다.

지난해 록그룹 스콜피온스가 러시아에서 공연을 할 때는 맨 앞줄에 청바지 차림으로 서서 공연을 즐기기도 했다.

이 같은 메드베데프의 이미지는 전형적인 '공산당 이후 세대'의 모습이다.

따라서 그는 자유주의적 성격에 친서방적이라는 평가를 받기도 한다.

푸틴이 세르게이 이바노프 제1 부총리 대신 메드베데프의 손을 들어준 것도 정치색이 약하고 자유롭고 부드러운 이미지의 메드베데프를 택하는 것이 자신의 후계 구도에 유리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란 분석도 있다.

이와 관련,정치분석가 보리스 마카렌코는 "푸틴이 만약 자신의 권력을 완전히 넘기려 했다면 메드베데프가 아닌 이바노프를 선택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메드베데프가 푸틴과 처음 인연을 맺은 것은 푸틴이 상트페테르부르크 시정부 대외관계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던 1990년대 초반이다.

당시 메드베데프는 시에서 법률 전문가로 일하면서 푸틴과 친분을 쌓았다.

1999년 11월 푸틴이 총리로 임명하자 그도 모스크바행을 택했다. 푸틴의 측근에서 행정부실장을 맡으면서 본격적으로 푸틴파(派)의 대열에 들어섰다.

이후 2003년 행정실장을 거쳐 2005년 11월 제1부총리로 승진하면서 페테르파(상트페테르부르크 출신 관료 집단)의 선두주자로 떠올랐다.

2000년부터는 거대 국영 가스회사인 가즈프롬의 이사회 의장직도 맡으면서 성실함과 꼼꼼함으로 개혁을 성공적으로 이끌어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처럼 정확하고 침착한 메드베데프를 크렘린(러시아 정부)의 고위 관리들은 '이슬람 대신(大臣)'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메드베데프는 크렘린 집무실에 수족관을 들여놓고 매일 일정한 시간에 물고기 밥을 주는 것으로 유명하기 때문이다.

안정락 기자 jr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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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드베데프는

신장: 162cm
부모: 양친 모두 대학 교수
가족: 부인 스베틀라나와 1989년 결혼.아들 이리야 1996년에 출산.
애칭: 지마
운동: 대학 시절 역도 선수
취미: 록 음악.특히 영국 밴드 블랙사바스와 딥 퍼플을 좋아함.학창 시절 사진 촬영에도 열중.

약력
-1965년 상트페테르부르크 출생.레닌그라드대 법학 전공(변호사)
-1991~1996년 상트페테르부르크 대외관계위 전문위원
-1994년 당시 상트페테르부르크 부시장이었던 푸틴의 보좌관
-1999년 푸틴이 총리 취임 후 행정부실장
-2000년 최대 국영가스회사 가스프롬 이사회 의장
-2005년 11월 제1부총리로 승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