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기업 M&A 마다 않을 것"

"하이얼을 소니 같은 명품 브랜드로 만드는 게 일생의 목표입니다.

후발 주자인 만큼 잠시만 쉬어도 뒤처진다는 각오로 뛰고 있습니다."

중국 공산당 17차 전국대표대회에 대기업 총수로서 당대표 중 한명으로 참석,16일 베이징 미디어센터에서 내외신 기자회견을 한 장루이민(張瑞敏) 하이얼 회장(사진)은 "물살을 거슬러 수영하다가 잠깐 쉬면 곧 제자리로 떠내려오듯이 기업은 치열한 경쟁 속에서 조금만 방심하면 뒤로 처질 수밖에 없다"며 끊임없는 혁신과 기술 개발이 하이얼의 성공 요인이라고 강조했다.

하이얼은 중국 가전시장의 25%를 점유하고 있는 절대강자지만 작년 매출액(10조7500억원)의 6.23%를 연구개발(R&D)에 쏟아부어 중국에서 가장 많은 연구개발비를 투자하는 업체로 꼽혔다.

장 회장은 "글로벌 기업과의 경쟁을 위해선 브랜드와 기술뿐 아니라 관리에서도 계속된 혁신이 필요하다"며 "국가사회와 중국 기업의 끊임없는 혁신을 선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그는 1984년 거의 망해가는 칭다오냉장고를 맡아 지금의 하이얼로 변신시켜 '죽어가는 기업을 살리는 귀재'로 알려져있다.

이때 그가 내세운 것은 '3개 제로 원칙'이다.

무결점 무부채,그리고 시장과의 거리를 제로로 만드는 것.그가 처음 칭다오냉장고 공장을 인수했을 때는 만들기만 하면 팔리는 시대였지만 불량품을 출고 전에 부숴버리며 무결점 제품을 고집했다.

성과급제를 도입해서 직원들을 자극했고,소비자가 원하는 제품을 만든다는 목표 아래 '시장과의 거리 제로 운동'을 펴는 등 끊임없는 혁신을 주도했다.

장 회장은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는다면 가능한 일"이라며 "항상 고정된 생각을 갖지 않으려고 노력한다"고 말했다.

그는 사회주의 국가에서 임금에 차등을 두는 제도에 대해 "사람마다 능력의 차이가 있다는 것은 분명하지만 부족한 능력을 더 발휘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관리자의 몫"이라고 말했다.

그는 "외국 기업의 인수·합병(M&A)을 마다하지 않을 것"이라며 "최근에는 인도의 전자업체들을 관심을 갖고 지켜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스스로 세계시장을 선도할 수 있는 기술력을 보유한다는 자주창신(自主創新)을 이루기 위해 가전보다는 정보통신쪽에 관심을 갖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미국 홈네트워크 업체인 시스코와 제휴해 진출한 가전과 정보통신의 복합기기 분야를 차세대 주력 사업으로 집중 육성할 생각이다.

2004년 처음 발을 들여놓은 한국시장을 비롯해 일본 등 해외시장에서 실적이 부진한 것에 대해선 "브랜드가 약하고 디자인이 처지기 때문"이라며 "이게 앞으로 하이얼이 해결해야 할 중요한 과제"라고 말했다.

또 이번 공산당 전국대표대회를 계기로 중국의 경제정책이 바뀌면 기업에는 불리하지 않겠느냐는 지적에 대해 "이것 역시 의식의 변화를 요구하는 것"이라며 "기업이 영속성을 가지려면 지속 가능한 성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중국의 민주화에 대한 생각을 묻는 질문에는 "천천히 그러나 계속 이뤄지고 있다"고 답했다.

베이징=조주현 특파원 fore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