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군여론 잠재우기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3일 사전 예고없이 이라크를 '깜짝 방문'했다.

호주 시드니에서 열리는 아태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참석차 미국을 출발한 부시 대통령은 이날 오후(현지시간) 이라크 수도 바그다드 서부 안바르 주에 자리잡은 알 아사드 공군기지에 갑자기 모습을 드러냈다.

부시 대통령의 이라크 방문은 2003년 추수감사절과 작년 6월에 이어 세 번째다.

부시대통령의 이번 이라크 방문은 연초 미군 3만여명을 이라크에 증파한 것과 관련해 오는 15일까지 의회에 이라크 미군 증강 평가보고서 제출을 앞둔 가운데 전격적으로 이뤄져 눈길을 끌고 있다.

의회 다수당인 민주당은 이라크 평가보고서 제출을 계기로 이라크 미군의 조기 철군을 강력히 제기할 방침이다.

또 부시의 이라크 정책을 지지해왔던 일부 공화당 의원들도 이에 동조하고 나서 부시대통령을 곤혹스럽게 하고 있다.

부시 대통령은 이라크 방문을 통해 미군 증강 이후 이라크에서 저항세력의 활동이 줄어들어 안정을 회복해 가고 있음을 보여주고,이라크 정치지도자들에게 종파 간 화해와 국민적 화합을 이루도록 노력해 줄 것을 촉구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부시 대통령의 이라크 방문은 철저하게 베일에 싸여 있었지만 지난달 말 영부인 로라 여사가 APEC 정상회의에 불참한다는 발표가 나오면서 그가 이라크를 거쳐 호주에 도착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돌았다.

대통령 전용기가 3일이 아닌 2일 오후 메릴랜드주 앤드루스 공군기지를 이륙한 점도 그가 예고없이 이라크에 기착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뒷받침했다.

부시 대통령에 앞서 로버트 게이츠 미 국방장관은 이라크에 도착, 누리 알 말리키 이라크 총리와 잘랄 탈라바니 이라크 대통령 등 이라크 정치 지도자들과 만났다.

최인한 기자 janu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