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이 고든 브라운(56) 총리 시대를 맞았다.

영국 현대 역사상 최장수 재무장관 고든 브라운은 1997년 이래 10년간 영국을 이끌어온 토니 블레어에 이어 27일 오후 신임 총리에 취임했다.

브라운은 부인 사라와 함께 버킹엄궁의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을 방문, 정부를 이끌어 달라는 여왕의 요청을 수락했다.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은 통상적으로 총리 퇴임 후 다수당 당수에게 신임 총리를 맡아달라고 요청한다.

브라운은 군주에 대한 충성의 뜻으로 여왕의 손에 키스를 해 신임 총리직을 맡겠다는 의사를 표명했다.

이어 신임 총리 브라운은 총리실 직원들의 박수를 받으며 다우닝가 10번지 총리실에 입성했다.

브라운의 총리 취임을 앞두고 최근 노동당은 8개월만에 처음으로 야당 보수당의 지지율을 앞서는가 하면, 보수당 중진 의원 퀜틴 데이비스가 26일 보수당을 전격 탈당하고 노동당으로 전향해 브라운 정부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앞서 블레어 총리는 매주 수요일 낮 12시 의회에서 열리는 '총리와의 질의'에 마지막으로 참석한 후 총리로서 공식 일정을 마감했다.

감회에 젖은 블레어 총리는 의원들의 "훌륭한" 업적을 치하하고 "동지와 적, 모두에 행운을 기원한다.

이제 마지막이다"고 말했다.

블레어 총리는 이라크전에서 사망한 군인들에 대해서도 애도를 표했다.

이어 다우닝가 10번지 관저로 향한 총리는 총리실 직원들의 박수를 받으며 관저를 떠나 버킹엄궁의 엘리자베스 2세 여왕에게 사직서를 제출했다.

블레어 총리는 퇴임 후 유엔, 유럽연합(EU), 미국, 러시아가 주도하는 중동 평화 로드맵을 위한 중동 특사를 맡을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위해 지역구 셰필드를 방문해 의원직 사퇴를 발표할 예정이다.

신임 총리 브라운은 1997년 노동당 집권 후 10년 동안 연평균 2.7%의 경제성장률을 기록하면서 유럽 최대의 호황을 구가하는 영국의 경제성장 신화를 이룩한 주역이다.

브라운은 블레어와 함께 좌파 성향 노동당을 중도좌파 제3의 길로 이끌었으며, 실용주의와 시장경제 원칙을 중시한다.

하지만 블레어 총리보다는 좌파 성향이 더 강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는 교육 수준 향상과 주택 공급 문제를 신임 총리의 최대 핵심 과제로 꼽고 있으며, 의료서비스 개선을 당면과제라고 밝혔다.

이라크전과 관련해 "실책이 있었다"고 인정하는 브라운은 이라크 문제가 노동당과 영국을 분열시키는 문제라며 이를 통해 교훈을 배우겠다고 약속했다.

브라운도 블레어처럼 친미주의자고, 미국 민주당 인사 중 친한 사람들이 많지만, 미국 주도 이라크전에 대한 영국의 지지도는 블레어 시절보다 약화될 전망이다.

브라운은 영국의 유로화 편입에 대해 부정적이며, 블레어보다 유럽통합에 대해 소극적인 입장이다.

(런던연합뉴스) 김진형 특파원 kj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