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흘 후면 영국 총리가 될 고든 브라운이 각종 개혁 정책을 예고하며 탄력 있는 출발을 준비하고 있다.

오는 27일 런던 다우닝가 10번지(총리 관저)를 떠나는 토니 블레어를 이어 총리직에 오를 브라운은 노동당원들의 절대적인 지지를 받으며 강력한 지도력을 발휘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그는 국정 운영의 최우선 과제로 '세계 수준급'의 교육시스템 구축을 내걸었다. 그는 지난 21일 재무장관으로서 한 마지막 연설에서 "학생들의 재능이나 야망을 꺾지 않고 잠재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도록 교육을 개혁하는 데 열정을 갖고 있다"며 "그것이 영국 경제를 번영으로 이끌 것"이라고 강조했다.

◆교육개혁에 승부수

목적은 다른 선진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부진하다는 공교육의 획기적인 질적 개선이다. 브라운은 이를 위해 세 가지 정책을 제안했다.

첫째는 기업,대학,사회 지도층의 공립학교 지원이다.

브라운은 모든 초·중·고등학교는 기업과 파트너십을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업들의 적극적인 지원으로 수준을 높여놓겠다는 의지다. 이를 위해 '교육수월성위원회'를 구성키로 했다.

특히 수학 영어 과학 등 주요 과목에 대해선 능력별 수업을 강화할 방침이다. 학교에서 용인될 수 있는 행동 기준을 높이는 등 면학 분위기를 고취시키기 위한 학교의 기강 확립에도 전력키로 했다. 행동 기준이나 학업성적이 상대적으로 높은 사립학교와 여기에 미치지 못하는 공립학교의 차이를 줄이는 게 시급하다는 판단에서다.

둘째 대폭적인 예산 확대.

브라운은 "학교에 대한 민간 지원은 물론 공적 투자를 대폭 늘려야 한다"면서 "미래를 대비하는 선진국이라면 교육 예산으로 전체의 5%나 6% 정도가 아닌 10%까지는 투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는 국내총생산(GDP)의 5.6%를 교육에 쓰고 있다.

셋째 직업 교육 강화 방침.

그는 "학업에 애를 먹고 있는 10대들에게 기능 훈련을 대폭 강화하고 개인 지도를 확대함으로써 낙오되는 학생이 없도록 적극적인 지원책을 펼치겠다"고 말했다.

대학 이상의 교육에 뜻이 없거나 능력이 안 되는 학생들에겐 기능교육을 제대로 시켜 사회에 적응할 수 있도록 돕겠다는 뜻이다.

◆보건·주택 정책의 개선

브라운은 "당장의 관심사는 의료문제"라며 보건서비스의 질적 개선을 약속했다. 그는 주말이나 저녁 시간에도 수술을 받을 수 있는 시스템을 도입하고 국립의료원의 서비스도 획기적으로 개선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이 밖에 △보육 지원 △환경 개선 △범죄 예방 등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또 정부 조직을 개편하고 노동당의 신뢰 회복을 위한 다양한 정책들도 실행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먼저 에너지 정책을 통상산업부로 이관하는 것을 포함한 정부 조직의 변화가 예상된다.

브라운은 "헌법 혹은 제도의 변화가 필요하면 무엇이든 할 것"이라고 강조하며 정부 관리들의 역할을 강화하고 정치 보좌관들의 위상을 낮출 것임을 시사했다.

◆이라크 문제와 미국과의 관계

브라운은 외교 정책에서는 블레어와 큰 차이를 보이지 않을 것 같다.

블레어 지지율 하락의 최대 원인 중 하나였던 이라크 문제에 대해서는 영국인들의 부정적 여론을 인식하면서도 급격한 정책 전환은 없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브라운의 외교 정책에서 이라크 문제 못지않게 관심 가는 분야는 미국과의 관계.블레어가 '부시의 푸들(애완견)'이라는 말을 들어온 만큼 브라운이 미국 추종 정책을 그대로 따를지가 가장 큰 관심사다.

일단 브라운은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에 대한 영국인들의 반감을 의식,블레어처럼 맹목적인 친미 정책을 늘어놓지는 않을 것이란 시각이 우세하다.

하지만 전통적인 혈맹인 미국과의 관계는 여전히 중요하다는 입장을 내세우고 있다.

또 현재 유럽연합(EU)이 추진하고 있는 새로운 헌법안 문제 해결도 만만찮은 과제다.

브라운은 EU헌법 제정과 관련해 블레어보다 훨씬 더 소극적이다.

브뤼셸 EU정상회담에서 미니조약 형태의 헌법제정안이 합의 되더라도 브라운 장관이 그대로 수용할지는 미지수다.

안정락 기자 jr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