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민간소비 늘지 않는한 엔 캐리 앞으로도 계속될 것"

전 세계를 자유자재로 돌아다니며 다양한 금융상품에 투자해 단기차익을 거두는 헤지펀드의 위력이 날로 커지고 있다.

최근엔 미국 유수의 자동차회사인 크라이슬러 경영권까지 인수했을 정도다.

국내에서도 권오규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이 헤지펀드를 사실상 허용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헤지펀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농협중앙회는 헤지펀드 선구자인 마이런 숄즈 스탠퍼드대 경영대학원 석좌교수 겸 플래티넘그루브자산운용 대표(Myron S Scholes·66)를 초청,18일 서울 조선호텔에서 '금융 혁신과 헤지펀드의 역할'이라는 주제로 강연회와 세미나를 가졌다.

그는 1994년 '롱텀 캐피털 매니지먼트(LTCM)'라는 초대형 헤지펀드를 공동 창립,운영했으며 옵션 등 파생상품 발전에 이론적인 토대를 제공한 공로로 1997년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했다.

강연에 앞서 숄즈 박사를 만났다.

대담=현승윤 경제부 차장


-최근의 세계 경제는 과도한 유동성과 무역불균형 등 여러 가지 문제들에도 불구하고 안정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어떻게 봐야 하나.

"내 의견은 '중국과 인도의 경제성장에 힘입어 세계 경제가 계속 성장하고 있다'는 것이다. 1997년 아시아 외환위기 이후 우리는 안정적인 경제성장을 경험해왔다. 미국 경제는 통화완화 정책과 이에 따른 풍부한 유동성에 힘입어 정점에 올랐다."

-미국은 지나치게 많이 소비하고,아시아 국가들은 지나치게 많이 저축한다는 비판이 있다.

"미국 경제가 소비붐과 안정적인 경제성장을 이룬 데에는 부분적으로 아시아 국가들이 낮은 가격에 상품을 생산해 공급했기 때문이다. 아시아 국가들은 저축한 돈으로 미국 국채 등을 사들이면서 통화를 세계시장에 공급해 유동성을 넘치게 만들었다. 이는 미국 시장에 주택가격 붐을 가져오면서 소비를 더욱 촉진시켰다."

-전 세계적으로 유동성이 풍부해진 근본적인 이유는 무엇이라고 보는가.

"미국의 금리정책은 지난 몇 년간 매우 관대했다. 최근 몇 년간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금리를 매우 조금씩 올렸을 뿐이다. 미국 국채 이자율이 올랐지만 유동성은 여전히 풍부하다. 중국 일본 한국 등이 미국 국채발행액의 70% 정도를 소화할 정도로 엄청나게 사들이다 보니 미국의 장기 이자율이 오랫동안 낮게 유지됐다."

-엔 캐리 트레이드(금리가 낮은 엔화 자금을 빌려 다른 나라에 투자하는 것)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엔화 금리가 낮기 때문에 그것을 빌려 뉴질랜드 국채와 같은 고수익 채권을 사들이고 있다. 그러다보니 엔화 가치가 계속 떨어지게 되는데,이 추세가 쉽게 꺾이지 않을 것 같다. 외부 충격이 생기면 엔 캐리 트레이드에 문제가 생길 수 있는데 아직까지는 크게 위험하지 않아 보인다."

-엔 캐리 트레이드를 꺾는 외부 충격으로 어떤 것을 생각해볼 수 있을까.

"주식 신용자금에 문제가 생긴다든가 고수익 시장에서 크게 손해보는 일이 생긴다면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중동위기 등) 지정학적인 쇼크를 생각해볼 수 있고 아니면 규제쇼크도 가능하다. 미국 입법부는 아시아에 그렇게 호의적이지 않다."

-엔 캐리 트레이드 문제가 자연스럽게 풀릴 가능성은.

"일본의 이자율이 자연스럽게 올라가면 엔 캐리 트레이드도 자연스럽게 사라질 수 있을 것이다. 일본 경제가 성장하면서 소비가 늘어나면 엔 캐리 트레이드가 청산될 것이다. 하지만 놀랍게도 일본 경제는 소비를 늘리지 않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일본은 아직 이자율을 올릴 수 없겠지만 민간소비 회복 속도에 따라 이자율이 올라갈 가능성이 있다."

-엔화 금리가 낮으면 화폐 가치는 그만큼 절상돼야 한다는 금리평가이론(theory of interest parity)이 잘 들어맞지 않는 것 같다.

"금리 차이만큼 환율 차이로 보상받는다는 금리평가이론은 각국의 통화가치를 구매력으로 따져 평가해야 한다는 이론(purchasing power parity)과 실질적으로 같은 것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지나치게 낮은 통화가치는 당연히 수정돼야 한다. 하지만 우리는 투자와 소비라는 변수를 갖고 있다. 투자와 소비가 합쳐져야 큰 얘기를 만들어갈 수 있다. 시장이 아직도 엔 캐리 트레이드를 선택한 것을 미국은 매우 중요하게 보고 있다. 사람들은 여전히 이자율과 환율이 단기적으로 오르거나 내리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런 행동(엔 캐리 트레이드)을 계속 하는 것이다."

-전 세계적으로 부동산이나 주식 등에 투자가 급격하게 늘어나고 있다. 위험을 과소평가하는 경향이 아닌가.

"사람들은 달라진 것이 없다. 다만 상당히 오랫동안 세계 경제가 안정적인 모습을 보였고,앞으로도 이 같은 상황이 유지될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에 사람들은 자신의 계좌에서 돈을 빌려 투자하고 있다. 개인적으로 위험부담을 늘리고 있지만 사회 전체적으로는 위험이 줄었기 때문에 위험 균형을 종전 수준으로 맞추고 있다고 봐야 한다."

-중국 증시는 버블인가.

"중국의 중앙은행은 위안화 가치를 낮게 유지하고 있는데,이로 인해 외국돈이 계속 중국으로 흘러들어가고 있다. 중국은 높은 환율을 유지하기 위해 더 많은 달러를 사야 하고 위안화를 더 많이 발행할 수밖에 없다. 이 돈이 부동산과 주식시장 같은 곳으로 가고 있다."

-헤지펀드에 대한 논란이 세계적으로 끊이지 않고 있다.

"은행이나 기관투자가들은 시장에 쇼크가 오면 자산을 매각해 위기를 심화시킨다. 하지만 헤지펀드들은 바로 이때 유동성을 공급해 시장을 안정시키는 역할을 한다."

-일부 헤지펀드들은 매우 공격적이다. 미국 자동차 회사인 크라이슬러도 헤지펀드가 인수했는데….

"헤지펀드라고 해서 다 같은 헤지펀드가 아니다. 나는 이 문제를 전문성의 문제로 해석한다. 포트폴리오 투자를 하는 헤지펀드가 있고,사모펀드(PEF)처럼 경영권을 인수하는 펀드가 있다."

-유럽에서는 헤지펀드 규제에 대한 목소리가 높다.

"금융활동 규제는 정말 어려운 일이다. 금융시장을 규제하는 것은 축구경기 자체를 규제하는 것이 어려운 것과 마찬가지다. 왜냐하면 금융활동은 매우 다이내믹해서 굉장히 빨리 바뀌기 때문이다. 규제라는 것은 기본적으로 광범위한 규칙을 정하는 것이다. 반부패 방지법(anti-fraud provision)이나 투자자보호,정보 제공과 같은 기본 규칙을 만드는 정도여야 한다. 공정한 거래를 한다면 이를 인정해 주고 사람들이 참여하고 투자하려는 곳을 만들어야 한다."

-한국에서는 헤지펀드가 아직도 규제를 받고 있다.

"한국에는 헤지펀드가 없지 않은가. 나는 한국 정부가 무엇을 막으려고 하는지를 잘 모르겠다. 규제를 함으로써 얻는 것이 무엇인지는 모르겠지만 측정할 수 있다면,그것을 계산해본다면 다른 활동들과 마찬가지로 헤지펀드를 허용하는 것이 많은 이익이 있을 것이라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자유경쟁시장은 금융시장에서도 좋은 것이다."

-한국의 연기금에 대해 해주고 싶은 조언은 없나.

"연기금은 자신의 책임을 잘 이해하는 동시에 어떤 기회와 위험을 선택할 것인가에 대해서도 생각해야 한다. 한국의 연기금은 안전성을 중시하기 때문에 국채 등에 많이 투자한다는 얘기가 있는데,채권투자를 많이 한다는 것 자체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다만 채권과 함께 헤지펀드나 주식에도 함께 투자하는 것이 좋다면 고려해볼 만하지 않겠는가. 고수익을 얻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주식시장은 항상 위험과 수익이 공존하고 있는 곳이다."

정리= 정인설/황경남/사진=김영우 기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