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드 브릭스'(벽돌 건물·역사가 짧은 대학을 지칭)의 대표주자인 워릭대가 '그레이 스톤(석조 건물·케임브리지 옥스퍼드 등 역사가 긴 대학)'을 위협하고 있다."

영국의 워릭대에 대한 현지 언론의 평가는 화려하다.

별볼일 없는 중위권 공립대가 10여년 만에 '메이저 대학'으로 발돋움했기 때문이다.

워릭대는 가디언 타임스 선데이타임스 등 현지 언론의 평가에서 영국 6~8위권(2006년 기준)으로 분류된다.

워릭대의 빠른 성장 요인은 국제화에 초점을 맞춘 교육산업의 활성화다.

외국 유학생들이 공부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 이들에게 비싼 수강료를 받는 것이 워릭대의 기본 전략이다.

실제로 석사 과정의 외국인 학생에게 받는 학비는 1만3000~1만9500유로(1620만~2450만원).석사과정 기준으로 영국 학생의 3배,학부 기준으로 10배가량의 등록금을 받는다.

워릭대는 이렇게 번 돈으로 교육 프로그램의 질을 높인다.

가장 많은 돈이 쓰이는 분야는 스타급 교수의 영입.최근 워릭대로 자리를 옮긴 정치분야 북한전문가 헤이젤 스미스가 대표적인 예다.

외국 학생들은 '비싼 만큼 교육내용이 알차다'는 생각에 끊임없이 워릭대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

2006년 기준으로 전체 학생 1만6175명(정규 학위과정 학생) 중 3500명가량이 유학생이다.

일례로 한국인 임승범씨가 다니고 있는 비즈니스 스쿨의 경우 45명이 공부하는데 이들은 23개국 출신이다.

임씨는 "동료들이 수업을 들으면서 '올림픽을 하는 것 같다'고 얘기할 정도"라고 말했다.

교육에 도움만 된다면 어떠한 수익사업도 마다하지 않는 것도 워릭대의 특징이다.

이 때문에 '워릭 주식회사'라는 별명까지 얻었을 정도다.

워릭대의 대표사업은 컨벤션.이를 위해 대학 내에 비즈니스 호텔까지 지어 운영하고 있다.

외국인 학생 유치 담당인 데비나 시바구루나는 "학기 중에는 해외 스타 교수들을 초청하기 위한 숙소로 비즈니스 호텔을 활용한다"며 "돈도 벌면서 학생들의 커리큘럼도 내실있게 할 수 있는 방법으로 비즈니스 호텔을 설립하는 것을 택했다"고 설명했다.

비즈니스 호텔 이외 시설들도 수익성과 외국인 학생 유치라는 두 마리의 토끼를 겨냥하고 있다.

워릭대 내에는 학생과 지역주민을 주요 고객으로 하는 1500석 규모의 오케스트라 연주회장과 개봉 영화관이 있다.

할인점에 버금가는 대형 슈퍼마켓도 운영된다.

한국적 시각으로 보면 공립대가 파행적으로 운영되는 셈이지만 영국 정부는 별다른 간섭을 하지 않는다.

학생 모집담당 디렉터인 존 이니그비디언 교수는 공립대가 수익사업에 열을 올리는 것과 관련,국가 차원의 규제가 있느냐는 질문에 "국가가 왜 간섭하느냐"며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런던=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