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대 한반도 정책 결정의 실무급에 한국계 입김이 거세질 전망이다.

지난해 7월 국무부 한국과장에 한국계인 검사 출신 성 김(한국명 김성용)이 임명된 데 이어 스티브 박 중령이 국방부 한국담당 실무과장으로 승진돼 적잖은 영향력 행사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게다가 미국의 대표적인 보수성향 싱크탱크인 헤리티지 재단에서 동아태분야 여성 연구원으로 일해온 한국계 발비나 황도 지난해부터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차관보의 아시아담당 수석 특별보좌관으로 눈에 보이지 않게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다.

그 뿐만 아니라 성 김 과장과 보조를 맞추고 있는 유리 김(한국명 김유리) 국무부 한국과 북한팀장도 한국계로서 좋은 평판을 받고 있다.

이들 4인방은 최근까지 백악관의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으로 일하다 물러난 빅터 차의 공백을 메울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특히 이번 스티브 박의 국방부 한국과장(director) 발탁은 그 의미가 적지 않다는 지적이다.

도널드 럼즈펠드 전 국방장관과 리처드 롤리스 부차관의 퇴진 이후 한국과장에 스티브 박이 유력하다는 관측은 이미 오래전부터 나왔다.

그러나 한국분야에서 고위직책이 신설되면서 다음달 물러날 마이크 피네건 현 한국과장의 후임자는 상무부 출신 메리베스 모건 한국실장(senior director)이 사실상 맡게 된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스티브 박은 한국분야에서 제2인자 역할을 수행할 것으로 보인다.

어찌됐건 피네건 현 과장이 한반도 정책에서 강경입장을 피력해 왔다는 점에서 실용주의 노선의 로버트 게이츠 국방장관 체제하에서 적잖은 변화가 점쳐진다.

무엇보다 한국계가 2인자 이기는 하지만 국방부 한국과장 직책을 맡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민자 가정 출신인 박 중령은 한국어에도 능통하고 1991년 임관해 군 생활을 시작했던 것으로 알려진다.

몇 년 전부터는 용산 주한미군 사령부에서 대외군사판매(FMS) 관련 업무를 맡아온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롤리스 후임으로 내정된 제임스 신 차기 부차관 밑에서 변화된 환경에 맞는 대 한반도 정책을 수립하는데 일정한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국무부는 이미 한국계가 실무를 책임지고 있다.

주한 미국대사관 1등 서기관으로 근무한 경력이 있는 성 김은 크리스토퍼 힐 동아태 담당 차관보와 아주 친밀한 사이다.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의 신임도 두텁다는 평가다.

수시로 의견교환을 통해 대북 정책 조율에 적잖은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워싱턴연합뉴스) 조복래 특파원 cbr@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