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코네티컷주에 있는 그리니치는 인구 6만1000명의 소도시다.

그런데도 대통령선거에 나선 대선후보들에겐 뉴욕 LA 실리콘밸리 못지않게 중요한 곳이다.

이달 들어 민주·공화당의 선두주자들이 앞다퉈 이곳을 찾았을 정도다.

그리니치가 뉴욕 못지않은 대접을 받는 것은 다름아닌 돈 때문.헤지펀드들이 몰려 있는 곳이다보니 선거자금 기부도 엄청나다.

단순히 인구만 보고 이곳을 취급했다간 큰코 다치기 십상이다.

그리니치에 대한 대선주자들의 '구애'는 그들의 발걸음에서 여실히 나타난다.

공화당의 유력 주자인 존 매케인 상원의원이 지난 4월 그리니치를 방문했다.

이달 들어선 미트 롬니 전 매사추세츠 주지사(7일),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을 대신한 빌 클린턴 전 대통령(8일),버락 오바마 상원의원(19일),루돌프 줄리아니 전 뉴욕시장(20일)이 약속이나 한 듯 이곳을 찾아 선거자금 모금 행사를 열었다.

선거자금 모금 행사에 참석하기 위한 티켓 값도 헤지펀드의 본향답게 엄청나다.

대부분 행사의 만찬 참석료는 법정 상한선인 2300달러로 책정됐다.

그런데도 대부분 좌석은 차고 넘쳤다.

롬니 전 주지사가 개최한 행사엔 350명이 몰렸다.

티켓 값은 좌석에 따라 1000∼2300달러.한 사람당 2000달러씩으로 계산하면 70만달러를 하루저녁에 거뒀다.

신성 오바마 의원의 인기도 그대로 드러났다.

오바마 의원을 위한 모금 행사는 지난 19일 헤지펀드 업계 거물인 억만장자 폴 튜더 존스 2세의 2500만달러짜리 대저택에서 '헤지펀드의 제왕' 조지 소로스의 공동 주최로 열렸다.

장당 2300달러인 티켓을 구입해 참석한 사람이 300명에 달했다.

오바마 의원은 이 행사를 마치고 곧바로 150명이 참석한 두 번째 모금 행사에 참석해 인기를 과시했다.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의 경우 참석자들과의 유대 강화를 위해 2300달러짜리 티켓 50장만 팔았는데도 곧바로 동이 났다.

뉴욕타임스 분석에 따르면 지난 3월 말까지 대선주자들이 그리니치에서 모금한 돈은 104만달러에 달한다.

이는 2004년 대선 전체 기간 이곳에서 모은 256만달러의 5분의 2에 달하는 수준이다.

이달의 모금 행사를 감안하면 2004년 전체 모금액을 이미 넘어선 것으로 추산된다.

지난 3월 말까지 민주당은 전체의 54%를 거둬 공화당(46%)을 웃돌았다.

2004년 대선 때는 아버지 부시 대통령의 출생지라는 연고를 바탕으로 공화당 모금액이 55%를 차지했다.

최근 민주당 모금액이 늘어난 것이 큰 의미가 있는 것은 아니다. 다만 뉴욕타임스는 헤지 펀드의 급성장과 함께 나타난 많은 새로운 거물들이 정치적으로 한 곳에 편향된 충성심을 갖고 있지 않아 다른 지역과 마찬가지로 민주당으로 향하는 대세를 따르는 것으로 분석했다.



뉴욕=하영춘 특파원 ha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