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초 예상대로 중국이 긴축 정책을 단행했다.

얼핏 보기에는 기준 금리와 지급준비율 인상,미국 달러화에 대한 위안화의 변동폭 확대를 망라한 폭넓은 대책으로 판단된다.

하지만 이번 대책을 곰곰이 뜯어보면 중국 정부의 고심한 흔적이 드러난다.

당면한 경기과열 억제와 미국의 통상압력 완화를 위해 이번 조치를 단행했지만 기준 금리 인상폭은 종전의 0.27%포인트에서 0.18%포인트로 축소됐다.

또 달러화에 대한 위안화 변동폭도 0.5%로 엔화 등 다른 통화의 변동폭에 비해 여전히 작다.

'성장 우선과 팍스 시니카'라는 중국 정부의 양대 정책 틀을 흐트러뜨리지 않겠다는 숨은 의도가 엿보인다.

이번 중국의 긴축 정책으로 세계 증시는 어느 정도 조정이 예상된다.

특히 국내 증시의 경우 최근처럼 과열 우려가 제기되는 상황에서 올 들어 중국 증시와의 동조화 현상을 심하게 보여 온 점을 감안하면 이번 조치는 국내 주가 조정의 단초를 제공할 가능성이 높다.

문제는 얼마나 조정될 것인가 하는 점이다.

여러 변수 가운데 긴축정책 추진 당시의 세계 경기와 우리 경기가 어느 국면에 놓여 있느냐에 따라 그 폭이 결정되는 것이 그동안의 관행이었다.

세계 경기와 우리 경기의 호황 국면이 끝날 무렵 긴축 정책이 나왔을 때는 주가 조정폭이 의외로 깊었고 주가 급락에 따른 역자산 효과로 경기 후퇴를 촉진했다.

다행인 것은 이번에는 세계 경기와 우리 경기가 저점 통과 논쟁이 일 만큼 회복 국면을 눈앞에 두고 있거나 이미 진입했다는 점이다.

세계적인 예측 기관들이 연초 세운 올해 세계경제 성장률을 상향 조정하는 가운데 국내 전망 기관들도 연초 전망한 4%대 초반의 올해 경제성장률을 최근에는 4%대 중반으로 올려 잡고 있다.

세계 각국들의 정책금리 인상에도 불구하고 국제 유동성은 크게 줄지 않고 있다.

오히려 증시에 유입되는 자금은 각종 카드와 같은 대안 화폐의 확산으로 퇴장 통화(hoarding money)가 감소하고 있는 데다 국제 간 자금 흐름을 주도하고 있는 글로벌 펀드들의 증거금 대비 총 투자 금액을 늘리는 레버리지 투자도 늘어나는 추세다.

기업 실적도 평균 수준으로는 개선되는 흐름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글로벌화와 온라인화의 급진전 등으로 기업 간 차별화 현상은 심해지고 있으나 규모나 경쟁력 면에서 시장 지배력이 강한 기업들의 실적은 상대적으로 더 크게 개선되고 있기 때문이다.

한 가지 주목해야 할 것은 최근처럼 증시 기초 여건이 좋을 때에는 중국의 긴축 정책과 같은 악재 요인이 발생해 주가가 조정된다 하더라도 그 폭이 깊지 않고 언젠가는 반드시 복원된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증시 악재에 부화뇌동하지 않고 주식을 그대로 보유하거나 조정될 때 주식을 사들이는 이른바 '역(逆)발상 투자'를 한 사람일수록 크게 성공한다.

현재 주식 투자를 통해 세계 부자 대열에 오른 워런 버핏,조지 소로스 등의 보유 자산이 한 단계씩 늘어난 시점이 1987년 블랙 먼데이,1997년 아시아 외환위기,2001년 9·11테러 사태 이후라는 점이 이 같은 사실을 뒷받침해 준다.

이번 중국의 긴축 정책을 앞두고 워런 버핏은 주식을 대거 사들였다.

역발상 투자는 투자자가 '주식을 저축'처럼 긴 호흡을 갖고 투자한다는 인식이 있어야 가능하다. 주식이 위험 자산으로 분류된다 하더라도 한 나라 경제가 성장하는 한 이를 반영하는 시장을 믿고 투자하는 것이 그 어느 방법보다 성공할 확률이 높다. 또 이번 중국의 긴축 조치와 같은 한 나라의 경제 정책은 궁극적으로는 그 나라 경제를 안정시키고 투자자들을 보호하는 데 최우선 목표를 둔다는 점을 되새길 필요가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논설·전문위원 sc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