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자동차업계가 재편의 소용돌이에 휘말릴 전망이다. 미국 3위의 자동차 회사인 크라이슬러가 사모펀드인 서버러스 캐피털로 넘어가고 2위 자동차 회사인 포드 대주주인 포드 가문도 지분매각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진 때문이다. 서버러스는 크라이슬러를 구조조정한 후 자동차회사에 재매각할 것으로 예상돼 세계 자동차업계의 판도변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자동차업계 재편의 1차 진앙지는 크라이슬러다. 크라이슬러를 인수한 사모펀드인 서버러스는 당장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단행할 전망이다. 직원 감축과 공장폐쇄 및 이전,연금 및 복지혜택 축소 등이 그것이다. 필요할 경우 공장이나 설비도 인건비 부담이 덜한 아시아지역 등으로 옮기거나 아웃소싱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 과정에서 다른 자동차회사와 제휴를 하거나 출자받을 가능성도 점쳐진다. 이와 관련,요미우리 신문은 15일 현대차와 중국의 제일자동차 등이 장기적으로 크라이슬러와 제휴하거나 지분을 인수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서버러스는 파산직전의 회사를 인수해 이익이 나는 회사로 탈바꿈시킨 뒤 되파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사모펀드여서 지분 매각이나 제휴는 불가피하다. 그 대상은 자동차회사일 수밖에 없다. 미국 시장에서 단기간에 시장점유율을 높이려는 외국 회사는 크라이슬러와의 제휴나 지분 인수가 첩경이다.

이에 따라 서버러스가 크라이슬러를 다시 시장에 내놓을 시점과 그 때 누가 손을 내미느냐에 따라 세계 자동차업계의 판도는 달라질 수밖에 없다.

크라이슬러보다 더 큰 변수는 포드다. 1903년 설립된 포드는 지금까지 포드가문이 대주주다. 보유주식수는 7100만주로 전체의 4%에 불과하다. 그러나 의결권이 많은 주식을 갖고 있어 전체 의결권은 40%에 달한다. 이런 포드가문이 지난달 21일 모여 지분매각을 논의했다고 블룸버그통신 등이 보도했다.

참석자 중 일부는 이 자리에 참석한 투자은행인 와인버그 파트너스를 지분매각이나 대안모색을 위한 자문사로 선정할 것을 요구했으나 받아들여지지는 않았다. 포드가문은 이에 대해 변호사를 통해 "지분매각을 논의한 적이 없다"고 공식적으로 부인했다.

업계에서는 그러나 포드가문의 지분매각이 상당한 정도로 검토됐으며 가능성은 여전히 살아 있다고 보고 있다. 포드의 주가가 1999년 이후 74%나 하락한 상태에서 과연 계속 보유하는 것이 무슨 도움이 되느냐는 회의론이 젊은층 사이에서 나오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비록 선조의 창업정신을 계승해야 한다는 명분론을 앞세운 '집안 어른'들의 목소리에 눌렸지만 포드의 경영사정이 계속 악화될 경우 지분매각은 언제든지 꺼내들 수 있는 카드라는 분석이다. 포드는 작년 127억달러라는 기록적인 적자를 냈다.

만일 포드가문이 지분매각에 나설 경우 이를 누가 인수하느냐가 세계 자동차시장 재편에 중요한 변수가 된다. 미국 시장에서 고전하고 있는 제너럴모터스(GM)는 물론 그동안 미국시장에 독자진출 전략을 고수해 온 도요타 혼다 등 일본 자동차 업체도 포드가 매물로 나오면 마냥 도외시할 수만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세계 자동차업계가 재편의 소용돌이에 휘말릴 수밖에 없는 이유다.

뉴욕=하영춘 특파원 ha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