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 법원에서 탈세 혐의로 유죄가 인정된 거스 히딩크(61) 러시아 축구대표팀 감독이 명성에 적잖은 타격을 받았다.

히딩크는 이른바 '마법'으로 불리는 탁월한 지도력으로 1998년 프랑스월드컵과 2002년 한일월드컵에서 네덜란드와 한국 대표팀을 이끌며 연속 4강 신화를 만들어냈고 2006년 독일월드컵에서도 호주를 32년 만에 본선 무대에 올려놓은 데 이어 16강 진출까지 이뤄내 또 한 번 국제 축구계를 놀라게 했다.

히딩크는 그러나 지난 해 7월 네덜란드 검찰에 탈세 혐의로 기소되면서 그동안 엄청난 심리적 압박을 받아왔다.

여기다 최근 러시아 대표팀의 성적까지 나빠져 '사면초가'에 몰린 형국이다.

네덜란드 남부 덴보쉬 법원은 27일(이하 한국시간) 선고 공판에서 히딩크에게 '최악의 시나리오'인 실형을 선고하지는 않았다.

또 2002년 한국 대표팀을 맡을 당시 광고 수입과 인세에 대한 세금 탈루 혐의는 무죄를 선고해 위안거리를 제공했다.

히딩크는 일부 무죄에 기쁨을 표시했지만 전체적으로 유죄가 인정된 데 대해 불편한 심기를 나타냈다고 그의 변호사가 전했다.

법원은 히딩크가 성실한 납세자로서 신고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판단했다.

PSV 에인트호벤(네덜란드) 감독을 맡고 있던 2003년 네덜란드에 거주하고 있었다고 신고했다면 아무런 문제가 될 일이 없었다는 것이다.

법원은 또 히딩크가 다른 범죄 전력이 전혀 없고 그동안 악의적인 보도에 의해 이미 이미지에 손상을 입었다는 점을 감안해 검찰의 구형량을 대폭 감형했다.

축구계에서 세운 공도 형량 경감에 작용했다는 후문이다.

히딩크는 비록 실형을 사는 것은 아니지만 앞으로도 상당 기간 탈세 사건의 후유증에 시달릴 것으로보인다.

강력한 처벌 의지를 내비친 검찰이 즉각 항소 의사를 내비쳐 사건이 2심으로 가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아울러 히딩크에게 실제로 탈세 의도가 있었는지를 둘러싼 '진실 공방'도 계속될 전망이다.

'현직'인 러시아 대표팀 사령탑으로서도 입지가 약화될 것으로 보인다.

히딩크는 지난 8일 자신의 고국인 네덜란드 땅에 러시아 대표팀을 이끌고 가 평가전을 치렀다가 1-4로 대패해 체면을 구겼다.

러시아는 유로2008 예선 E조에서 2승2무(승점8)로 크로아티아에 이어 2위를 달리고 있지만 이 조에는 아직 한 번도 맞붙지 않은 잉글랜드가 버티고 있어 예선 통과 자체가 가시밭길이다.

히딩크는 한창 주가를 올리면서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부자 구단 첼시의 러브콜을 받기도 했지만 이번 사건으로 이 또한 차질을 빚을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연합뉴스) 옥 철 기자 oakchul@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