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간선거 패배에 따른 조치..對이라크정책 변화 예고

"체니부통령은 임기말까지 함께할 것" 사퇴 가능성 일축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은 8일 공화당의 중간선거 참패와 관련, 이라크전쟁을 기획하고 주도해온 도널드 럼즈펠드 국방장관을 경질하고 후임에 로버트 게이츠 전 중앙정보국(CIA) 국장을 임명키로 했다고 밝혔다.

부시 대통령은 그러나 민주당 등 일각에서 사퇴를 요구하고 있는 딕 체니 부통령은 "2009년 임기말까지 함께 할 것"이라고 밝혀 사퇴 가능성을 일축했다.

그는 이날 백악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민주당의 중간선거 승리를 축하하고 공화당의 선거패배를 인정하면서 이같이 밝혔다.

부시 대통령은 "많은 국민들이 이라크에서 진전이 없는 데 대한 불만을 나타내기 위해 투표했다는 점을 인정한다"면서 "또한 나는 대부분의 국민들이 (이라크에서의) 패배를 받아들일 수 없을 것이라고 믿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일련의 사려깊은 대화를 가진 뒤 럼즈펠드 장관과 나는 미 국방부에 새로운 리더십이 필요한 때라는 데 의견을 같이 했다"며 럼즈펠드 장관 교체를 공식 발표했다.

부시 대통령은 최근 종파간 폭력사태가 악화되면서 내전으로 치닫고 있는 이라크 사태와 2천800명을 훨씬 넘어선 미군 사망자수 등을 의식한 듯 미국의 이라크 정책이 제대로 효과를 내지도 못하고 지체돼왔다고 말해 이라크 정책 실패를 시인하기도 했다.

이어 그는 럼즈펠드 장관 후임으로 아버지 부시 대통령 시절인 지난 1991년부터 1993년까지 중앙정보국(CIA) 국장을 지냈고 이라크에 대한 전략적 대안을 마련하기 위해 초당적으로 구성한 `이라크 연구그룹'의 멤버인 로버트 게이츠를 임명할 것이라고 밝혔다.

럼즈펠드 장관이 물러나게 됨에 따라 이라크 주둔 미군의 조기 철군 가능성 등 미국의 이라크 정책에 큰 변화를 가져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부시 대통령은 "게이츠 전 국장이 참신한 견해와 훌륭한 관리경험을 보여줄 것"이라고 밝혀 이를 뒷받침했다.

하지만 그는 공화당의 선거패배가 곧바로 이라크미군의 조기철수를 의미하지는 않는다고 지적했다.

부시 대통령은 "적들은 `그래 미국이 곧 이라크를 떠날 것임을 의미하겠구나'라고 말할 지 모르지만 대답은 `노(No)'"라면서 "힘든 싸움이지만 우리는 이 싸움에서 반드시 이길 것"이라며 이라크에서의 승리를 거듭 다짐했다.

올해 74세인 럼즈펠드 장관은 지난 70년대 중반 제럴드 포드 대통령 시절 국방장관을 역임한 바 있으며 부시 대통령이 처음 당선된 지난 2001년 이후 지금까지 6년간 국방장관을 맡아 이라크 전쟁, 아프가니스탄 전쟁 등 테러전쟁을 이끌어왔으며 이라크 사태가 악화되면서 일부 전직 군장성, 민주당은 물론 일부 공화당 인사들로부터 사퇴압력을 받아왔다.

럼즈펠드 장관이 사퇴함에 따라 그가 주도해온 주한미군 철수 및 재배치, 전시작전권 환수, 북핵문제 대응 등 미국의 대(對) 한반도 국방정책에도 변화가 뒤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럼즈펠드 장관의 뒤를 이을 게이츠 후임 국방장관 지명자는 지난 1966년 CIA에 발을 들여놓은 뒤 정보분야에서 25년간 일했으며 아버지 부시 대통령 시절인 1991년부터 1993년까지 CIA국장을 지내는 등 부시가(家)와 친밀한 관계를 유지해왔다.

게이츠 장관은 상원 인사청문회를 거쳐 상원의 인준을 받아야 정식으로 국방장관에 임명되게 된다.

(워싱턴연합뉴스) 김병수 특파원 bingso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