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람에서 무덤까지'식 복지 모델을 주도해 왔던 스웨덴 중도좌파연합 정권이 총선에서 복지 축소와 일자리 창출을 내건 중도우파연합에 패배,복지 모델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권오규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이 '고복지-고부담'을 축으로 한 스웨덴식 사회 모델을 긍정 평가한 '권오규 OECD 보고서'로 노무현 대통령의 경제관에 영향을 준 점을 고려할 때 이번 총선 결과로 노무현 경제팀은 실패한 모델을 학습하고 실험에 옮기고 있다는 비판을 받을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스웨덴 선거관리위원회가 18일 집계한 총선 결과에 따르면 예란 페르손 총리(사회민주당 당수)가 이끄는 중도좌파연합은 46.2%의 지지율을 얻는 데 그쳐 프레드릭 라인펠트 보수당 당수(41)가 주도한 중도우파연합(보수당 자유당 중도당 기민당)에 1.9%포인트 차로 패배했다. 사민당은 최근 12년간,지난 74년 중 65년간 집권해 왔다.

중도우파연합은 중도좌파연합이 과도한 복지에 매달려 일자리 창출에 실패했다는 점을 집중 부각,유권자들을 움직였다.

뉴욕타임스는 스웨덴의 공식 실업률이 5.7%로 발표됐지만 직업훈련 중에 있는 사람,장기 병가를 낸 사람 등 감춰진 실업자를 포함하면 실질 실업률은 21%에 근접한다고 공격한 중도우파연합의 주장이 먹혀들었다고 분석했다.

과도한 복지는 많은 사람들을 노동시장에서 멀어지게 만들어 스웨덴의 청년 실업률은 서유럽 국가 중에서 가장 높은 27.5%에 달한다. 실업자에게 3년 동안 전 직장 임금의 80%를 지급하고 6개월간 장기 병가를 내도 정상 임금의 80%를 지급하는 상황에서 근로 의욕을 높이기 어렵기 때문이다. 근로소득세는 최고 60%에 달하고 50대 기업 중 1970년 이후 설립된 기업은 단 한 개에 불과할 정도로 일자리 창출이 부진했다.

중도우파연합은 내년 3월 새 정부가 출범하는 대로 복지 모델 수술에 들어갈 계획이다. 라인펠트 당수는 실업수당은 전 직장 임금의 80%에서 65% 안팎으로 끌어내리고 장기 병가의 조건을 엄격하게 규정하겠다고 약속했다. 기업에 활력을 불어넣고 일자리를 창출하기 위해 법인세와 소득세를 인하,370억크로나(약 50억달러)의 감면 효과가 생기도록 할 방침이다.

김영용 전남대 교수는 "스웨덴 총선 결과는 포퓰리즘에 영합한 무리한 복지정책이 경제의 성장동력을 약화시켜 국민으로부터 외면받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며 "한국 등 아시아 국가의 복지정책 설계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한우덕 기자 woody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