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천명의 인명을 앗아간 9.11 테러 발발 5주년인 11일 비극의 현장인 뉴욕과 워싱턴을 비롯, 미국 전역에서 정부와 유족 등 각계층이 참여하는 다양한 추모행사가 펼쳐진다.

이번 5주년 추모행사는 9.11 테러에 뒤이은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전 등이 아직도 계속되고 있고 이에 대한 정당성과 안보논란이 중간선거를 2개월 앞두고 정치권의 핵심 선거이슈로 떠오르는 등 다소 복잡한 상황에서 치러지고 있다.

조지 부시 대통령은 5주년을 맞아 2002년 첫 추모행사 때처럼 테러현장 3곳을 순방하며 추모식에 참석한다.

부시 대통령은 추모일을 하루 앞둔 10일 뉴욕 세계무역센터(WTC)가 있던 그라운드 제로를 방문, 부인 로라여사와 함께 헌화 묵념한 후 인근 성 바오로 성당에서 당시 숨진 2천749명을 추모하는 미사에 참석했다.

11일에는 인접 소방서를 찾아 9.11 당시 헌신적으로 인명 구조에 앞장섰던 소방수를 격려하고 소방수와 경찰, 항만경찰들과 오찬을 함께 할 예정이다.

부시 대통령은 이어 펜실베이니아주 생크스빌을 방문,역시 40명의 인명이 희생된 납치 항공기 추락현장을 찾아 헌화할 예정이며 워싱턴의 국방부(펜타곤) 청사를 찾아 추모식에 참석할 예정이다.

납치범들과 격투를 벌이다 펜실베이니아주 벌판에 추락했던 '93편' 여객기 유족들은 이날 추모행사를 계기로 그동안 추진해오던 추모비 건립을 본격화할 예정이다.

9.11 당시 납치 여객기가 충돌했던 국방부에서는 당시 184명이 숨졌으며 도널드 럼즈펠드 장관과 유족 등이 참석하는 추모식을 갖는다.

부시 대통령은 이들 추모행사에서 주요 연설을 하지 않는 대신 백악관에서 저녁 주요시간대 TV를 통해 테러와의 전쟁에 대해 연설할 예정이다.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은 이날 국무부에서 9.11 당시 숨진 외국인들을 추모하는 별도 추모행사를 갖는다.

뉴욕의 그라운드 제로 현장에서는 추모 사진전이 열리는 것을 비롯, 미국 전역에서 각기 다양한 추모행사를 펼쳐지며 ABC 방송은 논란속에 9.11 과정과 책임소재를 다룬 '9.11에 이르는 길' 2부작을 10,11일 방영할 예정이다.

또 CNN 방송은 5년 전 사고 당시 상황보도를 그대로 재방영할 예정이다.

또 9.11 사태로 사망한 67명의 영국인들을 위한 추모제가 뉴욕 브리티시 메모리얼 가든에서 앤드루 왕자가 참석한 가운데 열리는 등 외국인들도 커뮤니티별로 추모행사를 가질 예정이다.

한편 부시 행정부는 중간선거를 2개월 앞두고 5주년을 맞은 상황에서 대통령을 비롯한 고위관리들이 이라크전의 정당성 등 그동안의 안보정책에 대한 총력 홍보전을 펼치는 등 안보를 선거 이슈화하고 있다.

부시 대통령은 1주일 전부터 순회연설을 통해 이라크전의 정당성과 강화된 안보정책 등을 역설하고 있으며 딕 체니 부통령과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 등도 언론을 통해 이라크전의 정당성을 역설하면서 민주당의 공세에 맞서고 있다.

10일 실시된 여론조사 결과 약 응답자의 약 절반이 미국이 9.11 이후 보다 안전해졌다고 응답해 팽팽한 안보논란을 반영하고 있다.

(워싱턴연합뉴스) 이기창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