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파리의 도시 기능이 상당 부분 마비됐다. 26세 미만의 청년을 고용한 기업이 최초 2년간 자유롭게 해고할 수 있도록 한 최초고용계약(CPE)에 반대하는 노동단체들이 28일 하루 총파업에 돌입함에 따라 프랑스 철도의 절반이 운행을 멈추고 국내선 항공편의 3분의 1이 취소되는 사태가 벌어졌다. 일터에서 빠져나온 노동자와 대학·고등학생 수십만명은 이날 오후 2시께 파리 남동부 이탈리 광장부터 가두행진을 벌이며 경찰병력과 밀고밀리는 대치를 벌였다. 미 국무부와 한국 외교부 등은 프랑스를 여행하는 자국 국민들이 시위 행렬을 피할 것을 적극 당부하는 안전 경계령을 발동했다. ◆파리 강타한 총파업 28일 하루에 한해 진행된 총파업에는 철도 항공 통신 우체국 병원,가스 및 전력 공기업 노조,교원 노조 등이 대거 참여했다. 총 500만명으로 추산되는 공공서비스 부문 노동자들 중 적어도 수십만명은 이번 파업에 참여한 것으로 추측되고 있다. 철도노선에 이어 파리 지하철도 3분의1가량이 운행을 중단해 파리 시민들이 큰 불편을 겪었다. 은행과 관공서들도 문을 닫았으며 신문도 발행되지 않았다. 학교는 휴교에 들어갔다. 폭력 시위를 우려한 파리 시내 상당수 가게와 식당들은 셔터를 내리고 아예 영업을 중단했다. 이날 시위는 프랑스 전역 200여곳에서 벌어졌다. 시위대는 CPE가 노동자들의 생존을 위협하는 악법이라며 도미니크 드 빌팽 프랑스 총리가 CPE를 철회해야 한다고 목청을 높였다. 정권 퇴진 주장도 터져나왔다. 학생들과 노조는 28일 저녁 정부의 대응 방향을 살핀 뒤,29일 오전에 향후 행동방침을 정하기로 했다. 정부가 자신들의 요구를 수용하지 않을 경우 4월4일 2차 총파업을 벌인다는 계획이다. ◆평행선 달리는 정부와 노동계 빌팽 총리 정부는 CPE를 부분적으로 수정할 수 있을지 몰라도 내달로 예정된 법시행은 변함없다며 한발도 물러서지 않고 있다. 이어 29일 학생 및 노조의 지도자와 두 번째 회담을 갖자고 제의했다. 하지만 학생과 노동단체들은 "CPE 철회 없이는 대화에 응하지 않는다"는 기존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이들은 다만 "1968년 5월처럼 나라 전체를 마비시키는 총파업을 요구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총파업에 따른 사회 혼란이 자신들의 책임으로 돌아올 가능성을 미리 차단시켰다. FO,CGT 등 프랑스 주요 노동단체들은 이번 사태를 계기로 다시 영향력을 확대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어 정부와의 타협이 좀처럼 쉽지 않은 상황이다. ◆코너 몰린 빌팽 총리 지난 27일은 빌팽 총리가 취임 300일째를 맞는 날이었다. 프랑스 권위지 르 피가로는 "지금은 축하할 분위기가 아니다. 프랑스에 자신감을 되찾게 해줬던 100일은 이제 오래된 기억으로 남아있을 뿐"이라고 논평했다. 빌팽과 같은 대중운동연합(UMP)의 총재이자 내무장관인 니콜라 사르코지도 27일 "사회 각층과의 대화는 모든 개혁 성공의 전제 조건"이라며 빌팽 총리가 개혁법안을 밀어붙이기 전에 노조 등을 설득하는 데 실패했다고 비판했다. 28일자 르 몽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63%가 빌팽 총리의 CPE 고수를 지지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장규호 기자 daniel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