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베네딕토 16세가 한국천주교 서울대교구장 정진석(鄭鎭奭ㆍ74) 대주교를 포함해 11개국 15명의 새 추기경을 임명했다고 로마 교황청이 22일 공식발표했다.


정 신임 추기경은 1969년 교황 바오로 6세에 의해 서임된 김수환 추기경에 이어 한국의 두번째 추기경이 됐다.


1931년 12월 서울 수표동에서 태어난 정 추기경은 명동성당에서 유아 세례를 받았고, 계성초등학교 4학년 때 견진성사(가톨릭의 7성사(聖事) 중 세례성사 다음에 받는 의식)를 받았다.


정 추기경의 친가와 외가 역시 모두 독실한 가톨릭 집안이다.


1950년 중앙고를 졸업하고 1961년 사제 서품을 받은 정 추기경은 중림동본당 보좌신부와 성신고 부교장, 천주교중앙협의회 총무 등을 거쳐 1970년 주교로 서품을 받았다.


원래 1950년 서울대 공대(화학공학과)에 입학, 발명가의 꿈을 키웠지만 인간이 발명해낸 문명의 이기들이 생명을 파괴하는 현실을 목도하고는 다시 가톨릭대 신학부에 입학한 뒤 사제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정 추기경이 지난해 10월 서울대교구가 황 교수팀의 연구에 맞서 100억원을 투입해 성체줄기세포 연구를 지원하는 생명위원회를 출범하는 데 앞장선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정 추기경은 그동안 생명의 존엄성보다 당장의 경제적 이득과 편리함을 우선시 하는 현실에도 우려의 목소리를 내왔다.


청주교구 교구장, 주교회의 의장 등을 역임한 정 대주교는 현재 천주교 청주교구재단 이사장과 주교회의 교회법위원회 위원장, 서울대교구 교구장과 평양교구 교구장 서리, 가톨릭학원 이사장 등을 맡고있다.


또 아시아특별 주교시노드(주교회의) 상설사무처 평의회 위원도 맡고있다.


정 대주교는 교회 내에서는 교회법의 대가로 통한다.


1988년 '전국 공용 교구 사제 특별 권한 해설'(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을 낸 것을 시작으로 현재까지 총 22권의 교회법 관련 저서를 출간했다.


사회복지단체 꽃동네를 오웅진 신부가 설립하는데도 정 대주교가 큰 도움을 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올해 75세인 정 추기경은 80세 미만이기 때문에 김수환 추기경과 달리 교황 서거 또는 부재시 선거권과 피선거권을 가진다.


교황청이 정 대주교를 추기경으로 승품한 이유는 한국에서 가장 크고 상징적인 서울대교구장을 맡고 있는데다 평양교구장을 함께 맡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되고 있다.


교황청은 만주나 중국, 북한, 러시아 등 공산권 국가를 선교하는데 있어서 한국 천주교가 중요한 역할을 맡아줄 것을 기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전 서독 출신의 교황 베네딕토 16세도 분단국가와 공산권 국가 선교에 많은 관심을 나타내왔다.


따라서 정진석 대주교가 향후 북한 선교에 있어서 어떤 행보를 보일지가 큰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주요저서로는 '교회법 해설' '목동의 노래' '우주를 알면 하느님이 보인다' '구세주 예수의 선구자 세례자 요한' '민족 해방의 영도자 모세' 등이 있다.


정 추기경은 '주님탄생 예고 대축일'(성모영보 대축일)인 다음달 24일(현지시간) 로마 교황청 성 베드로광장에서 열리는 공개 추기경회의에서 공식 서임될 예정이다.


서울대교구는 4월25일 명동성당에서 추기경 서임 경축미사를 봉헌한다.


서울대교구 염수정 주교는 감사메시지에서 "한국교회, 나아가 아시아 교회의 새 시대를 이끌어 나갈 새 추기경을 주신 하느님께 감사 드린다"라고 말했다.


염 주교는 나아가 "새 추기경의 탄생은 교회쇄신, 타종교와의 일치와 화합을 통해 평화와 정의와 사랑에 더 정진하라는 메시지"라며 "새 추기경을 위해 마음을 모아 기도와 희생을 봉헌하자"고 덧붙였다.


(서울=연합뉴스) 이봉석 기자 anfour@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