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덩후이(李登輝) 전 대만 총통이 야당 주석인 쑹추위(宋楚瑜) 친민당 주석에게 1천만 대만달러(한화 3억원 상당)의 대만 사상 최대의 명예훼손 배상금을 물게 됐다. 17일 대만 언론 매체들에 따르면 타이베이 지방법원은 전날 리 전 총통이 근거 없는 말로 쑹 주석의 명예를 훼손했다면서 배상금과 함께 대만 10개 신문 1면에 3일간 사과문을 게재하라고 판결했다. 이번 판결은 대만 퇴임 총통으로서는 처음 패소한 사례이며, 배상금도 명예훼손 사건 사상 최고액이다. 리 전 총통은 판결 소식을 접한 후 "깊은 유감을 표한다"면서 상소하겠다고 밝혔다. 리 전총통은 작년 4월 24일 자신이 이사장으로 있는 군책회(群策會) 연설회장에서 "총통 선거 과정이 의심스러운 후보들은 사법 절차로 문제 해결을 해야 한다"면서 "군중들을 동원해 시위를 한 후보 중 한 사람은 집에 가서 자고 다른 한 사람은 마작을 하러 가다니 무슨 꼴이냐"고 말한게 화근이 됐다. 대만은 작년 3월 20일 총통 선거에서 천수이볜(陳水扁) 총통이 연임에 성공했으나 야당 총통 선거 후보였던 롄잔(連戰) 국민당 주석과 그의 러닝 메이트 쑹 주석은 '선거 무효'와 '당선 무효'를 주장하며 야당 지지 민중들과 연일 시위를 벌였었다. 리 전 총통은 "그날 연설에서 누구라고 말한 적 없다"면서 "쑹 주석 혼자 나의 연설문을 짜 맞추고 언론 보도 등을 인용한 후 자기라고 생각하고 나를 고소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타이베이 지방법원 궈메이신 판사는 그러나 "누군지 이름을 직접 거론하지 않았더라도 누구를 암시하는지 모든 사람이 알 수 있고 암시한 사건이 사실이 아닐 경우 명예훼손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타이베이=연합뉴스) 필수연 통신원 abbey2@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