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14일 제 1.2부총리 신설 등 소폭의 개각을 단행한 것은 오는 2008년 임기 만료를 앞두고 핵심 측근들로 효율적인 국정 운영을 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이날 제 1,2 부총리에 임명된 드미트리 메드베데프(40) 행정실장과 세르게이 이바노프(53) 국방장관은 둘다 푸틴 대통령의 고향인 상트-페테르부르크 출신으로 능력과 충성도 면에서 푸틴 대통령의 가장 큰 신뢰를 받아왔다. 푸틴 대통령은 메드베데프에게 러시아의 최고 국정 과제로 지목한 보건, 교육, 주거, 농업 등 4가지 분야에 주력하도록 하고 이바노프에게는 장관직과 부총리직을 겸임토록 함으로써 군개혁을 조속히 마무리하겠다는 것이다. 일각에선 연초부터 지지부진한 연금 및 군 개혁에 대한 불만이 고조돼 푸틴 정권의 인기가 떨어지고 있는 만큼 이번 개각이 2007년 총선과 2008년 대선에 대비한 것으로 보고 있다. 곧 미하일 프라드코프 총리를 유임시켜 대폭 개각에 따른 혼란을 피하는 대신, 총리를 견제하고 푸틴의 의중에 맞춰 내각을 강력히 장악할 수 있는 측근 2명을 부총리로 골랐다는 것이다. 특히 사병 징집 문제로 최근까지 학생들의 시위가 이어지자 강력한 군개혁을 위해 대통령이 국방부에 보다 큰 힘을 실어줬다는 분석이다. 푸틴 대통령은 지난 9일 국방부를 방문해 고위 군장성들과 만나 무기 현대화, 급료 인상 등 내실있는 군 개혁을 강조하면서 국방부가 보다 큰 위상을 갖고 개혁을 밀어부칠 것을 주문했다. 일부 정치평론가들은 푸틴 대통령의 차기 대권 후계자로 꼽히는 이바노프에게 군개혁을 빌미로 상당한 권한을 부여함으로써 승계 절차를 시작한 것으로 보고 있다. 또 충성스런 메드베데프와 이바노프를 경쟁시켜 이들중 내실있는 개혁을 성공시킨 쪽에 후계자 자리를 물려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한편 크렘린 행정실장에 임명된 세르게이 소뱌닌 전 튜멘 주지사는 시베리아 한티-만시스크 자치구 출신으로 푸틴 대통령과 인연은 없지만 시베리아의 중요성을 부각시키려는 대통령의 의도가 담겼다는 지적이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소뱌닌을 임명한 배경에 대해 "러시아의 부(富)가 시베리아까지 확산돼야 하며 그곳 사정은 누구보다도 시베리아인이 잘 안다"고 밝혔다. 자원의 보고인 시베리아 지역 개발을 촉진하고 소외된 지역 주민들을 배려하겠다는 푸틴의 전략이 담긴 것으로, 소뱌닌은 한티-만시스크 부주지사(1993), 우랄 관구 대통령 전권대표(2000), 2001년부터 튜멘 주지사를 지내는등 시베리아 사정에 정통한 인사로 꼽히고 있다. 이밖에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과 친분이 두터운 콘스탄틴 풀리코프스키 극동지구 대통령 전권대표와 총리 출신의 세르게이 키리옌코 볼가지구 대통령 전권대표가 어떤 직책을 맡을지도 관심을 끌고 있다. (모스크바=연합뉴스) 김병호 특파원 jerom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