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어린이 장난감 업체들이 '전자제품' 제조회사로 변신하고 있다. 주 고객인 어린이들이 봉제완구나 레고블록 같은 전통적인 장난감 대신 비디오게임과 컴퓨터에 몰두하면서 기존 장난감만으로는 채산성을 맞출 수 없다는 위기감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바비 인형으로 유명한 매텔은 올해 겨울 신상품으로 79달러짜리 비디오카메라를 내놓을 예정이다. 회사측은 "8세 아이들도 쓸 수 있을 만큼 기능이 단순한 편집 소프트웨어도 제공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이 회사는 앞서 8∼14세 여자아이들을 타깃으로 휴대폰까지 내놓았다. 이 휴대폰에는 바비 인형 메이커답게 '바비 폰'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라이언 킹'이나 '미녀와 야수' 같은 애니메이션으로 유명한 월트디즈니도 환경 변화에 적극 대응하고 있다. 이 회사는 49달러짜리 어린이용 오디오플레이어에 미키마우스 얼굴을 그려넣었다. 색깔도 '팅커벨 보라색'과 '팅커벨 연두색'이다. 아이들 장난감으로 유명한 해스브로 역시 DVD프로젝터와 MP3플레이어 액세서리를,리프프록은 99달러짜리 어린이용 휴대폰을 내놓고 어린이 고객층을 붙잡기 위해 애쓰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어린이들의 취향이 확 변하면서 크리스마스 특수를 앞둔 미국에서 장난감 회사들이 봉제 완구·블록 외에 추가로 휴대폰과 비디오카메라 출시를 준비하느라 바빠졌다고 보도했다. 또 이들 제품은 6∼12세 아이들이 쉽게 쓸 수 있도록 기능을 단순화해 가격이 싼 것이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장난감 회사들이 이처럼 '어린이용 전자제품' 만들기에 경쟁적으로 나서고 있는 것은 전통적인 장난감만으로는 도저히 돈을 벌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실제로 시장조사회사인 NPD그룹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어린이들의 관심이 봉제완구와 레고블록에서 비디오게임과 컴퓨터로 옮겨 가면서 미국 장난감 회사의 매출은 2003년과 2004년에 각각 3% 줄었다. 전문가들은 전통 장난감의 몰락이 더욱 가속화해 올해 이들 회사의 총매출은 지난해보다 5% 줄어들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미국 소매시장을 장악한 대형 할인점 월마트가 싼 중국제 장난감을 대량 수입하며 가격 경쟁에 불을 붙인 것도 기존 장난감으로는 돈 벌기가 어려워진 이유다. 전통 장난감 시장이 쪼그라드는 것과 달리 '어린이용 전자제품'이라는 신생 시장은 지난해 40%나 커져 6억9400만달러(7200억원)로 확대됐다. 미국 어린이들이 올해 크리스마스 선물로 받고 싶어하는 리스트 상위에는 휴대폰과 아이팟(MP3플레이어) 등 전자제품이 대거 올라 있다. 장난감 회사들이 앞다퉈 어린이들에게 전자제품을 팔겠다고 나서면서 아이들을 컴퓨터로부터 떨어뜨려 놓기가 점점 어려워질 것이라고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정지영 기자 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