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 쓰나미 참사와 허리케인 카트리나 엄습 당시 신속하게 모금활동에 동참했던 미국인들이 이번 파키스탄 강진 참사에 대해서는 구호열기를 보이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 적십자와 세계식량계획(WFP), '케어' 등 구호기관 관계자들은 12일(현지시간) 파키스탄 강진 구호모금 열기가 지난해 12월의 쓰나미나 올 여름의 허리케인 당시에 훨씬 미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AP 통신에 따르면 적십자의 경우 카트리나 구호기금으로만 11억5천만 달러를 모금했으나 파키스탄 강진 구호기금은 이날 현재 150만 달러에 그치고 있다. 애틀랜타에 본부를 두고 있는 국제구호기관 `케어'도 파키스탄 강진 피해자 구호활동을 위해 써달라는 기부금이 20만 달러만 답지하는데 그쳐 쓰나미 당시 같은 기간의 모금액 150만 달러에 크게 미치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WFP의 한 관계자는 "쓰나미는 관광지에서 크리스마스 직후에 발생했다는 점이 관대함을 자아내는 요인으로 작용했던 것 같다"면서 "그러나 지금 강진에 대해서는 그런 면을 볼 수 없다"고 말했다. 파키스탄 강진은 특히 미 구호기관들이 미국 역사상 가장 큰 자연재해로 기록될 카트리나 피해자들을 돕기 위한 구호활동에 전념하고 있을 때 발생했다는 점도 불행중 불행이다. 미국인들이 쓰나미 때 13억 달러를 희사한데 이어 카트리나 구호활동에 써달라며 17억 달러를 기부했기 때문에 더 이상 쓸 돈이 없다는 점도 큰 요인이라는 것. 케어의 데브라 노이만 부회장은 "비극적 자연재해의 빈도로 볼 때 지난 12개월은 충격적이었고, 미국인들은 믿을 수 없을 만큼 후하게 대처했다"면서 "그러나 이번 지진에 대해서는 그런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내 구호기관 160개 이상의 연합체인 인터액션도 많은 회원기구들로부터 이번엔 기부할 게 별로 없다는 말을 들었다고 밝혔다. 인터액션은 "쓰나미가 강타했을 때는 기부와 기쁨의 시기였고, 그것이 사람들을 후하게 만들었고, 카트리나가 엄습했을 때는 가까운 사람들이라 또 후했다"면서 "그러나 쓸 돈을 모두 썼기 때문인지, 이번에는 반응이 매우 느리다"고 밝혔다. (뉴욕=연합뉴스) 이래운 특파원 lrw@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