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리케인 리타가 미국 본토에 상륙하기도 전에 쏟아져 나온 대피 차량들로 도로는 마비되고 노인을 태운 피난 버스가 화재로 24명이 숨지는 등 미국을 공포속으로 몰아넣고 있다. 리타는 23일 오전 (현지시간) 최대시속 22km의 강풍을 동반한 채 갤버스턴 남동쪽 420km 지점에서 15km의 속도로 북서진하고 있다. 리타는 방향을 조금 동쪽으로 틀고 있어 지난 1900년 허리케인으로 폐허화됐던 갤버스턴과 휴스턴은 직접적인 타격을 입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되며, 휴스턴 동쪽의 석유화학및 조선업 중심지인 보몬트, 정유시설이 있는 포트 아더를 겨냥해 접근하고 있다. 텍사스와 루이지애나주 일대에서 피신한 주민들은 2백만명에 달할 것으로 추산되며, 휴스턴 도심은 차량을 거의 볼 수 없을 정도로 사람들이 모두 빠져 나간 상태라고 민동석 휴스턴 총영사가 전했다. 또 이미 휴스턴 일대의 주유소에는 유류가 모두 바닥이 났다. 휴스턴 총영사관이 입주한 건물도 대피령이 내려져 민 총영사는 자신의 총영사관저에 임시 비상대책 본부를 세우고, 영사와 현지인 등 5명과 함께 비상 대기하며 교민 보호 및 지원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민 총영사는 리타로 인한 건물 파손, 정전 등의 피해가 장기화 될 경우 오스틴으로 비상대책본부를 옮길 예정이라고 말했다. 리타 공포가 빚어낸 사상 최대의 피난 행렬은 전날 밤 보다는 조금 나아졌으나 아직도 160km 구간에 걸쳐 차량들이 밀려 있는 상태이다. 이 와중에 댈러스 인근에서 요양원에 있던 노인 약 45명을 태운 피난 버스가 화염에 휩싸여 24명이 숨지는 사고가 발생, 공포감을 더했다. 희생자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이며 경찰은 브레이크 부분의 기계적인 문제가 화근이 돼 노인 환자들용 산소통이 폭발한 것이 아닌가 보고 있다. 리타의 접근으로 이미 카트리나의 재앙을 입은 뉴올리언스시가 전날부터 내린 폭우로 일부 구역이 다시 침수됐다. 공병단이 둑 보강 작업에 나섰으며, 군경 6천여명이 만약의 사태에 대비중이다. 리타의 상륙을 앞두고 텍사스와 루이지애나주 일대 정유시설들은 가동을 중단한 상태이며, 폭풍우로 이 일대 87개 화학 공장과 정유 시설이 파손될 경우 유해 물질 누출에 따른 오염 피해도 심각할 것으로 우려된다. (워싱턴=연합뉴스) 박노황 특파원 nhpar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