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에서는 세계 2차대전 이후 1949년부터 실시된 총선에서 단 한 번도 특정 정당이 과반을 넘겨 단독 정부를 구성한 적이 없다. 지금까지 치러진 15번의 총선에서 적게는 2개 정당,많게는 4개 정당이 연립 정부를 구성했다. 지난 18일 치러진 16대 총선에서도 과반을 넘긴 정당이 나오지 않았기 때문에 다음 달 중순 총리 선출 때까지 연정 구성에 관심이 쏠리게 됐다. 집권 여당인 사민당과 제1야당인 기민련이 합치는 대연정이 우선 거론되고 있다. 총선에서기민련은 35.2%,사민당은 34.3%의 지지율을 각각 얻어 두 당이 연정을 구성할 경우 압도적인 과반을 차지한다. 각종 여론조사에서도 독일 유권자들은 대연정을 선호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ARD방송의 조사 결과 응답자의 43%는 독일 미래를 위해 대연정이 바람직하다고 응답했다. 문제는 좌파 색깔의 사민당과 보수 우파를 대변하는 기민련이 합치면 과연 누구를 위한 정권이냐는 딜레마에 빠진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사민당의 슈뢰더 총리와 기민련의 메르켈 총재는 "대연정은 없다"고 공언해 왔다. 대연정이 불발할 경우 이번 총선의 최대 승리자로 꼽히는 자유주의적 보수 정당인 자유민주당(자민당)이 캐스팅보트를 쥘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대연정 다음으로 3당인 자민당을 포함시킨 연정 시나리오가 부상하고 있다. 먼저 당 깃발 색깔의 조합이 자메이카 국기 색깔과 같다고 해서 이름 붙여진 '자메이카 연정'이 거론되고 있다. 기민련(검은색)+자민당(노란색)+녹색당이 손을 잡는 구도다. 이 경우 진보 정당인 녹색당이 보수 정당과 연정을 구성할지 의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다음으로 교통신호등 색깔과 같은 사민당(빨간색)+자민당+녹색당이 합치는 이른바 '교통신호등 연정'이다. 그러나 자민당이 총선 전에 이미 연정을 약속했던 기민련에 등을 돌릴지도 관심이다. 김호영 기자 hy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