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최근 장제스(蔣介石) 국민당 총통에 대한 재평가를 시도하면서 중국 공산당의 항일투쟁 사관에 미묘한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고 홍콩 아주주간(亞洲週刊) 최신호가 23일 보도했다. 이같은 변화는 최근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공산당 총서기와 롄잔(連戰) 대만 국민당 주석간의 역사적인 국공(國共) 수뇌회담에 뒤이은 것으로 천수이볜(陳水扁) 대만 총통과 민진당이 대만 독립노선을 굳히고 있는 가운데 나온 것이어서 주목된다. 그동안 중국은 장제스 총통이 항일전투에 소극적이어서 일제에 대해 부(不) 저항정책을 폈다고 비판하는 반면 마오쩌둥(毛澤東) 주석과 공산당 군대가 항일투쟁을 이끌어왔다고 강조해왔다. 심지어 일부 국민당 부대의 항일전투도 공산당에 감화를 받아 이뤄졌다는 식이었다. 중국 대륙의 역사교육도 마오 주석이 옌안(延安)에서 유격전, 선전전 등 전국적 항일투쟁을 지도하면서 팔로군(八路軍)은 중국 북부지방에서, 신사군(新四軍)은 장쑤(江蘇), 안후이(安徽)성 등에서 활약을 벌였다고 가르쳐왔다. 그러나 최근 중국 항일투쟁사에서 국민당의 공적을 정면으로 다룬 책이나 영화들이 중국에서 쏟아지고 있다. 역사실록 `국상', 영화 `혈전태아장', `철혈곤륜관' 등은 모두 국민당 군대의 항일투쟁 정신을 긍정적으로 묘사한 것들이다. 최근 민간단체 주도로 쓰촨(四川)성 다이(大邑)현에 `국민당군(軍) 항전기념관'이 개관하고 다른 중국의 항전기념관도 국민당 부대가 승전에 이바지한 내용의 기록물 등을 대량으로 전시해 놓고 있다. 베이징(北京) 항일기념관에는 대만 국기인 청천백일기(靑天白日旗)가 사상 처음 게양되기도 했다. 개혁개방 정책 이후 중국의 항전사의 기준이 점차 완화되는 추세를 보이고 있지만 장제스 평가에 대한 이같은 변화는 독립 움직임을 보이는 대만을 붙잡으려는 시도에 역사적 역량이 커지면서 민간의 회고, 학자들의 연구가 자연스럽게 이어진 결과라고 아주주간은 설명했다. 실제 마오 주석이나 저우언라이(周恩來) 등이 국민당 장군과 장병들의 수준이 매우 높다고 평가한 적이 있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장제스는 항일 전투와 함께 대만과 펑후(彭湖)섬 등의 중국 복귀와 중국의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 자리를 이끌어내는 등 중국을 대표하는 세계적 인물로 활약했다고 아주주간은 전했다. (홍콩=연합뉴스) 정주호 특파원 jooh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