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베네딕토 16세는 20일 이슬람교 지도자들과 만나 테러와의 전쟁을 벌이고 있는 기독교에 동참해달라고 촉구했다. 독일 쾰른에서 열리고 있는 가톨릭 세계청년대회 참석차 독일을 방문 중인 교황은 전날 유대교 회당을 방문한 데 이어 이날 리드반 카키르 터키-이슬람 협회 회장 등 이슬람 단체 지도자들과 면담했다. 그는 "세계 각지에서 테러 활동이 끊임없이 반복되면서 죽음과 파괴를 뿌리고 있으며 형제자매들을 슬픔과 절망으로 몰아넣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테러공격을 선동하고 모의하는 사람들은 우리들의 관계를 해치기를 원하고 있으며 평화로운 삶을 건설하려는 노력을 저지하기 위해 종교 등 모든 수단을 동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교황은 "만약 우리가 함께 증오의 흔적을 진정 없애고 모든 편협과 폭력에 저항할 수 있다면 잔인한 광신적 행위를 물리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이슬람 단체 지도자들에게 종교의 자유를 수호하자고 촉구하고 기독교와 이슬람교간의 대화는 절대 필요하며 여기에 우리의 미래가 달려있다고 말했다. 독일에는 현재 약 300만명의 이슬람 교도가 거주하고 있으며 이중 약 260만명이 터키계 주민이다. 교황이 과거에 터키의 유럽연합(EU) 가입을 반대하는 발언을 한 바 있어 일부 터키인들은 교황에 대해 거부감을 갖고 있다. 교황은 지난해 로마교황청 교리성 장관 재직 당시 언론 회견에서 "터키는 항상 다른 대륙을 대표해왔다. 터키는 영원한 유럽의 반대자다"라고 말했다. 교황의 이번 이슬람 지도자들과의 대화가 터키인들의 반교황 정서를 누그러뜨릴 수 있을지 주목되고 있다. 교황은 유대교 지도자들과 만나 유대교-기독교간 관계개선을 촉구하고 반유대주의 확산에 우려를 표명했다. 한편 교황은 이날 게르하르트 슈뢰더 독일 총리와 앙겔라 메르켈 기민당(CDU) 당수 등 독일 정치인들을 면담했다. 종교간 대화와 화해를 추구해온 전임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의 이념적 후계자를 자처하는 베네딕토 16세는 이번 독일 방문기간에 가톨릭 청년들과 대화하는 한편 유대교 및 이슬람교 지도자들을 만나 종교간 이해 증진을 모색하고 있다. (베를린=연합뉴스) 송병승 특파원 songb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