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크 시라크 프랑스 대통령은 14일 연례 혁명 기념일 TV 회견에서 "프랑스를 포함해 전세계에서 테러로부터 안전한 나라는 단 한 나라도 없다"며 만반의 대비를 강조했다. 시라크 대통령은 연례 군사 퍼레이드가 끝난 뒤 TV로 전국에 생중계된 50분간 회견에서 다양한 국내외 현안에 대해 견해를 표명하고 향후 정책 방향을 제시하면서 이같이 밝혔다. 그는 지난주 런던 테러와 관련해 "테러범들은 우리와 다른 정신적, 심리적 상태를 갖고 있다"며 "테러리즘에 맞서 싸우기 위한 모든 노력이 경주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테러리즘에 관한 한 우리는 끊임없이 대응 조치와 능력을 마련해야 한다. 우리는 테러범들이 다음에 어떤 일을 벌일 지 전혀 알지 못한다"고 덧붙였다. ◇ 연례 TV 회견 시라크 대통령은 이날 자신의 정책 수행에 대한 여론의 불만을 의식한 듯 회견의 많은 시간을 국내 문제에 대한 언급에 할애했다. 13일 공개된 여론조사에 따르그에 대한 지지도가 32%에 불과했다. 시라크 대통령은 감세 등을 통해 일자리 창출에 주력하겠다고 밝히고 다른 나라에 비해 뒤떨어진 서비스 산업의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영국의 사회.노동 정책은 부러워하며 모방해야 할 모델은 아니라며 "보건및 빈곤 퇴치 부문에서 프랑스가 영국보다 명백히 더 낫다"고 자평했다. 그는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가 유럽연합(EU) 농업보조금 정책 개혁을 요구하는 것과 관련해 "양보할 의향이 없다"며 기존의 입장을 되풀이했다. 사장 위기에 처한 EU 헌법 문제와 관련해 그는 헌법 부결 결과를 초래한 국민투표를 치르기로 한 결정을 후회하지 않는다면서 프랑스 국민이 헌법 거부로 강한 메시지를 보냈기 때문에 헌법에 대한 성찰이 필요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헌법 부결로 창피함을 느끼지는 않았다"며 "프랑스인이 보낸 메시지로부터 새로운 에너지와 포부를 얻었다"고 말했다 그는 2007년 3선 출마 가능성에 대한 질문에 "적절한 때가 되면 알게 될 것"이 라며 즉답을 피했다. 그는 1995년 처음으로 대통령에 당선돼 7년 임기를 마쳤고 대 통령 임기를 7년에서 5년으로 축소한 헌법 개정 뒤인 2002년에 재선에 성공했다. 시라크 대통령은 2012년 올림픽 유치전에서 파리가 완벽하다고 생각되는 계획을 제출했는데도 런던에 패배한 것은 큰 유감이라며 서운함을 나타냈다. 시라크 대통령은 이날 회견을 통해 침체된 국가 분위기를 쇄신하고 대국민 신뢰를 회복하는 전기를 마련하려는 노력을 벌일 것으로 기대됐으나 회견 내용에 특별히 새로운 것은 없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사회당의 프랑수아 올랑드 전국서기는 "시라크 대통령이 해결책 제시없이 논평만 했다. 그가 통치 말기에 있다는 사실을 느낄 수 있었다"고 비판했다. ◇ 혁명기념일 퍼레이드 이날 오전 개선문에서 콩코르드 광장으로 이어지는 샹 젤리제 대로에서는 국경일 휴일을 맞아 수많은 시민이 지켜보는 가운데 군사 퍼레이드가 성대히 열렸다. 치안 당국은 런던 테러 이후 유사 사건 발생을 막기 위해 행사장 일원에 경찰 5 천여명을 배치하는 등 삼엄한 경계 활동을 폈다. 앞서 13일 밤 파리 도심의 지하철 생-미셸 역에서 수상한 가방이 발견돼 행인들이 대피하는 소동이 빚어졌으나 단순 스포츠 용품이 들어있는 것으로 확인돼 30분만에 상황이 종료되기도 했다. 시라크 대통령은 퍼레이드가 끝난 뒤 런던 테러 희생자를 위한 전유럽의 2분간 묵념 행사에 동참했다. 이날 행사에는 프랑스를 방문중인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실바 브라질 대통령 도 참석했다. 또 올해 '브라질의 해'를 맞아 브라질 군이 샹 젤리제 퍼레이드에 참 여했다. (파리=연합뉴스) 이성섭 특파원 lees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