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의 흐름 속에서 (나치 만행에 관한) 기억들이 희미해져서는 안됩니다." 독일 출신으로 10대 때 나치 청년단(히틀러 유겐트)에 가입할 수밖에 없었던 쓰라린 추억을 간직하고 있는 교황 베네딕토 16세가 나치의 만행을 강도높게 비판하고 나섰다. 교황은 19일 바티칸 대강당에서 폴란드 출신의 전임 교황인 요한 바오로 2세가 교황이 되기까지의 삶을 담은 3시간짜리 TV용 영화를 관람하고 나치 문제를 주제로 강론했다. 교황은 제2차대전 당시 가해자인 독일과 피해자인 폴란드의 주교들이 1960년대 공동 발표한 회해선언문에 들어 있던 "우리(폴란드)는 용서하고, 우리(독일)는 용서를 구합니다"란 문구를 인용하면서 말문을 열었다. 교황은 나치 정권의 폴란드 국민들에 대한 압제와 유대인 학살을 나치 이념에 내포된 사악함을 보여주는 극악무도한 범죄행위로 규정하면서 나치의 온갖 만행들을 결코 잊어선 안된다고 말했다. 영화속에서 나치가 유대계 폴란드인들을 체포해 아우슈비츠 수용소로 보내는 장면 등을 수심가득한 표정으로 지켜본 교황은 감성적인 목소리로 강론에 임했으며 청중들로부터 수차례 박수갈채를 받았다. 교황은 나치시대는 인간의 영혼 속에 감춰진 "사악(邪惡)의 심연(深淵)"을 극명하게 드러냈다며 "그런 만행을 똑똑히 기억하고 있어야 비인간적이고 야만스런 일들이 재발하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탈리아 말로 이뤄진 이날 강론에서 교황은 "전체주의 정권이 개인주의를 짓밟을때마다 인본주의는 심각한 위협을 받았다"면서 과거의 기억들을 후세들이 교훈으로 삼도록 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오는 8월 독일을 방문할 예정인 교황은 특히 기성세대는 사람에 대한 멸시와 기본권 침해가 얼마나 엄청난 부작용을 초래하는지 젊은이들에게 가르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교황은 또 전임 교황과 자신이 2차 대전 당시 서로 싸웠던 독일과 폴란드 출신인 것에 대해 "신의 섭리"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바티칸시티 로이터=연합뉴스) parksj@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