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려가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지난달 28일 과도정부 구성이 이뤄진 후 이라크 전역에서 저항공격이 더욱 기승을 부리고 있는 가운데 종파간 분쟁양상도 심화돼 내전으로 발전할지 모른다는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 과도정부 구성 후 지금까지 저항세력 공격으로 최소 535명이 숨졌고, 이에 대한 미군과 이라크 방위군의 대응 소탕작전으로 저항세력은 183명이 사살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아므르 무사 아랍연맹 사무총장은 이례적으로 이라크인들에게 자제력을 발휘할 것을 촉구하면서 피의 보복을 부르는 종파간 분쟁을 피하라고 호소했다. ◇시아파 반격 시작했나 = 수니파가 주축인 것으로 추정되는 저항세력은 최근들어 미군, 이라크 경찰 및 공무원 외에 시아파를 집중 공격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저항세력 지도자 아부 무사브 알-자르카위는 이미 이라크에서 미군을 몰아내기 위해서는 종파 분쟁을 통한 내전을 일으켜야 한다는 입장을 피력한 바 있다. 이라크 인구의 약 60%를 차지하는 시아파는 사담 후세인 정권 시절 핍박을 받았으나 이라크 전쟁을 계기로 수니파 세력을 제치고 제헌의회를 장악해 집권세력으로 부상했다. 이런 가운데 이라크 북부 모술에서 19일 신원을 알 수 없는 무장괴한들이 수니파 정치인이자 제헌의회 의원인 파와즈 알-자르바의 집을 급습했다. 헬기를 동원한 미군이 개입한 뒤에야 끝난 이날 양측간의 치열한 교전으로 알-자르바의 경호원과 친척 등 10명이 사망하고 다수의 부상자가 발생했다. 이날 사건은 최근의 저항공격으로 시아파가 많은 피해를 본 가운데 수니파 지도자를 타깃으로 했다는 점에서 일각에선 종파 분쟁이 시작됐다는 신호탄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수니파 고위 성직자인 하리스 알-다리는 이런 상황에서 이라크 집권정당인 통합이라크연맹(UIA) 주도세력인 이라크이슬람혁명최고위원회(SCIRI) 산하의 바드르 여단이 수니파 암살 작전에 나섰다고 공개 비판했다. 알-다리가 이끄는 수니파성직자협회는 시아파가 수니파를 살해하고 있는데 대한 항의조치로 20일의 금요예배를 마친 뒤 수니 무슬림들이 다니는 모스크를 사흘간 폐쇄할 것을 촉구하면서 "침묵하지 않겠다"고 보복공격 의사를 내비쳤다. 그러나 바드르 여단 고위관계자는 수니파의 이같은 주장은 근거가 없는 것이라고 부인하고 종파분쟁 만큼은 피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편 로버트 졸릭 미 국무부 부장관은 이날 이라크를 전격 방문해 이브라힘 알-자파리 총리와 치안안정 대책 등을 논의했다고 소식통들이 밝혔다. 하루 일정으로 바그다드를 찾은 졸릭 장관은 저항세력은 종파간 싸움을 야기해 이라크 사회를 분열시키려고 한다며 시아파와 수니파간의 치고받기식 보복공격은 저항세력의 의도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입장을 피력했다. ◇이라크는 여전히 전쟁터 = 이라크 곳곳에서는 저항공격이 계속됐다. 19일 모술에서 자살 차량폭탄이 터져 2명이 죽고, 북부 정유도시 베이지에서 이라크군 병사 4명이 괴한에 납치됐다. 또 바그다드에서 대학교수 1명이 괴한의 총격에 피살됐고, 미군 병사 1명이 도로매설 폭탄이 터져 사망했다. 바그다드의 한 시아파 모스크 근처에서는 차량폭탄이 폭발해 최소한 2명이 숨졌다. 사담 후세인 전 대통령 고향인 티크리트 인근에서는 시신 4구가 추가로 발견되는 등 `처형' 방식으로 살해된 것으로 추정되는 사체가 속속 발견됐다. 이로써 지난 14일 이후 수습된 피살시신이 50구를 넘은 것으로 집계됐다. 피살자들은 주로 시아파였지만 수니파도 포함돼 있다고 경찰은 전했다. 이날 베이지에서는 이라크군에게 탈영하지 않을 경우 살해하겠다고 위협하는 자르카위 조직의 전단이 발견되기도 했다. (바그다드 로이터ㆍAP=연합뉴스) parksj@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