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말 발생한 우즈베키스탄 동부 안디잔에서의 대규모 반정부시위는 총기를 동원한 정부의 강경진압으로 일단락됐지만 후폭풍이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특히 이슬람 카리모프 정부가 선량한 시민은 단 한명도 사망하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야권이 사망자가 700명이 넘는다며 정권퇴진과 대선 실시를 요구하며 강경투쟁에 나섰고 시민군이 장악한 국경도시 카라수에 대한 정부측 진압이 임박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다시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유엔이 사망자 진상조사를 촉구하고 나섰고, 미국과 유럽 등 국제사회도 우즈베크 사태 처리 문제를 놓고 이해관계에 따라 미묘한 차이를 보이고 있어 향후 추이가 주목된다. 유럽연합(EU)과 영국, 유엔 등 서방국들은 이번 사태의 근본 원인이 카리모프 정부의 장기 독재인 만큼 시위대의 강경진압은 정당화될 수 없다며 현 정부측을 몰아붙였다. 루이즈 아버 유엔인권고등판무관(UNHCHR)은 18일 "우즈베크의 폭력사태에 대해 상당히 우려하고 있다"며 우즈베키스탄 정부군이 수백명의 시위대를 사살했다는 보도에 대한 독자적인 조사가 실시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베니타-발트너 EU 대외관계담당 집행위원도 우즈베크 사태에 대한 국제사회의 독자적인 조사만이 유럽국가들의 우려를 불식시킬 것이라고 주장했다. 잭 스트로 영국 외교장관도 "신뢰할 수 있고 투명한 조사가 이뤄질 수 있도록 카리모프 대통령은 안디잔에 대한 자유로운 접근을 허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미국은 유혈사태에 대해 유감을 표시하고 진상조사에 대해 원칙적으로는 동의하면서도 무장시위대와 교도소 탈옥 등도 강경진압을 불러오게 된 원인이라고 여전히 양비론을 견지했다. 스콧 매클렐런 백악관 대변인은 "시위대에 대한 무차별 발포에 대해서는 이미 비판한 바 있으며, 희생자가 발생한데 대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시민들도 폭력을 유발하려는 세력을 거부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조지 부시 행정부는 적십자와 같은 국제단체가 현지에서 구호 및 조사활동을 자유롭게 할 수 있도록 허용할 것을 우즈베크 정부에 촉구했다고 덧붙였다. 리처드 바우처 국무부 대변인도 유혈진압에 대해 우려를 표명하면서도 이번 사태가 교도소와 다른 정부기관에 대한 무장세력의 공격에 의해 시작됐다는 점을 주목하는 등 유럽 국가들과는 다소 다른 입장을 보였다. 이런 가운데 일부 외교관과 언론인들이 이날 안디잔을 방문해 현장조사를 시도했으나 우즈베크 정부는 조사단의 일반인 접근을 허용하지 않아서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우즈베키스탄 정부는 이번 사태로 인한 사망자는 모두 169명이지만 무장세력과 정부군들 뿐이어서 평화적인 시위대는 단 한명도 사망하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는 반면 현지에서는 사망자가 500명에서 700명 이상에 이른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한편 우즈베크의 인권상황을 비판했다가 지난해 주우즈베크 영국대사에서 물러났던 크레이그 머레이는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미국과 영국의 미온적인 대응이 우즈베크 정부의 강경진압을 용이하게 했다"고 비판했다. 그는 미국과 영국의 태도는 "위선적"이라며 전세계에 자유와 민주주의를 확산하겠다던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의 정책이 실패한 것 아니냐고 주장했다. (서울=연합뉴스) 최이락 기자 choinal@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