롄잔(連戰) 대만 국민당 주석과 쑹추위(宋楚瑜) 친민당 주석의 중국 방문을 둘러싸고 천수이볜(陳水扁) 대만 총통이 오락가락 하는 반응을 보이며 사면초가에 몰리고 있다. 당초 천 총통은 이들 야당 지도자의 방중을 격하게 비난했다 이들에 대한 지지 의사를 조심스럽게 밝히며 입장을 선회한데 이어 최종적으론 오직 총통만이 중국과의 교착상태를 타개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지난 9일 한 방송사 인터뷰에선 연합세력이었던 대만단결연맹의 리덩후이(李登輝) 전 총통도 싸잡아 비난, 반대세력 뿐 아니라 지지세력으로부터의 비판까지 자초했다. 지난 4년여간의 집권기간에 여당 급진세력의 조기 대만독립화 주장과 중국의 무력침공 경고 사이를 줄타기 하며 `교활한 정치인'이라는 평판을 얻었던 그로선 최근의 상황이 풀기 어려운 딜레마인 셈이다. 여기에 민진당 린줘수이(林濁水) 입법위원도 천 총통의 모순에 찬 발언들을 지적하며 그가 리더십을 잃었다고 비판했다. 린 위원은 "천 총통에게 화재경보가 사방에서 울리고 있는 상황에서 서둘러 조치를 취할 것을 제안한다"며 "그렇지 않으면 그의 남은 임기 3년에는 말할 가치도 없는 초라한 업적만 남게 될 뿐"이라고 말했다. 중국은 롄, 쑹 두 주석을 최고의 귀빈으로 대접하고 각종 경제혜택 등을 약속, 천 총통의 입지를 약화시키는 것과 함께 반분열법 통과에 대한 부정적 여론도 불식시키는 성과를 거뒀다. 중국은 특히 천 총통이 중국을 방문할 수 있는 유일한 방안은 대만이 중국의 일부분이라는 것을 인정하고 대만독립에 대한 민진당 정강을 삭제하는 길 뿐이라며 그를 노골적으로 경멸하는 태도를 취하고 있다. 사실 이같은 요구는 천 총통의 입장으로선 불가능한 조치다. 천 총통은 지난 2000년 대만독립 주장으로 집권에 성공했고 지지층의 상당수가 변함없이 대만 주체성에 대한 대륙측과의 어떤 타협에도 반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만 탄장(淡江)대학의 황제정(黃介正) 교수는 "천 총통은 양안관계에 놓인 과거의 유산에서 벗어나 협상테이블을 마련하는 사람이 되고 싶어한다"며 "그는 통일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고 또한 더이상 독립도 주장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실제 천 총통은 9일 방송된 대만 싼리(三立)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정부 대 정부간 회담이나 천-후 회담에 상당한 가능성이 있다"며 여전히 중국과의 공식적 협상을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양안 대화는 지난 1995년 리 전 총통이 중국과의 국가 대 국가간 관계를 주장하는 바람에 결렬된 상태로 천 총통은 리 전 총통의 대만독립 추진 재촉구에 대해 "그는 12년간의 기회가 있었지만 아무런 성과도 없었다"고 비난의 화살을 돌리기도 했다 . (타이베이 AP=연합뉴스) jooh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