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령은 강한 교회를 선택했다.' 전세계 가톨릭을 이끌 새 수장에 베네딕토 16세가 오름에 따라 향후 교회는 세속주의와 타 종교의 위협 등 현안에 대해 강경 보수 입장을 견지할 것으로 보인다. 새 교황이 보수적으로 교리를 해석해온 데다 가치관의 혼란 속에서 바티칸이 흔들리지 않고 도덕적 중심에 서야 한다는 공감대가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내부 갈등을 치유하고 교세를 확산시켜야 하기 때문에 새 교황이 진보세력까지 아우르는 리더십을 보여줄 것이라는 기대도 나오고 있다. ◆보수 노선 견지 저명한 신학자이자 저술가인 베네딕토 16세는 교황 선출을 위한 비밀회의인 콘클라베 시작 전부터 가장 가능성 높은 후보로 꼽혀왔다. 1981년부터 신앙교리성 수장으로 전임 교황을 보좌하며 '부교황','요한 바오로 3세'로 불릴 만큼 교황청 내 입지가 강했기 때문이다. 특히 추기경단의 40%가 제3세계 출신이지만 요한 바오로 2세가 선임한 추기경이 다수인 데다 보수적 성향의 인사들이 압도적으로 많아 콘클라베 시작 이후 불과 이틀 만에 3분의 2 이상 표를 얻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처럼 보수파의 지지를 기반으로 교황에 선출됐기 때문에 베네딕토 16세는 요한 바오로 2세의 노선을 계승할 것이 확실해 보인다. 새 교황은 이전부터 해방신학,낙태,피임,동성애,인간복제 문제에 분명한 반대 입장을 취해 왔다. 특히 추기경 시절 미국 주교들에게 편지를 보내 낙태를 옹호하는 정치인과는 관계를 끊으라고 촉구하는가 하면 이슬람 국가인 터키의 유럽연합(EU) 가입에 반대하기도 했다. 새 교황이 '신앙의 강요자'로 불렸던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개혁파 반발 베네딕토 16세의 강한 보수 성향은 진보 진영의 반발을 불러왔다. 독일 가톨릭 개혁운동 단체인 '아래로부터의 교회' 베른트 괴링 대표는 "새 교황 선출을 재난으로 본다"며 "많은 사람들이 계속 교회를 등질 것"이라고 비판했다. 독일 집권 여당 사회민주당(SPD)의 프란츠 뮌터페링 당수는 새 교황은 종교간 대화와 포용을 중시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처럼 가톨릭 내부의 갈등이 만만치 않은 상황이어서 베네딕토 16세가 개혁파를 위해 교리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한 대화와 타협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됐다. 일각에서는 추기경단이 78세의 새 교황을 선출한 것은 58세의 젊은 나이에 선출돼 26년간이나 장기 재임했던 요한 바오로 2세의 전철을 밟지 않고 좀더 단기간 재임할 과도기적 교황을 원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김남국 기자 nkkim@hankyung.com